계모형 소설 연구 -<장화홍련전>과 <김인향전>을 중심으로-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고소설학회
· 수록지 정보 : 고소설연구 / 19호 / 113 ~ 135페이지
· 저자명 : 이금희

초록

계모형 소설 중 여성의 정절을 문제 삼아 가족들의 잇따른 죽음이 발생하는 대표적 작품으로는 <장화홍련전>과 <김인향전>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은 계모가 전실 자식의 정절을 모해하여 죽음으로까지 치닫게 하는 것은 같으나, 두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같지 않다. 본고에서는 계모형 소설 가운데 여성의 정절과 죽음 및 환생까지를 다룬 <장화홍련전>과 <김인향전>을 선정하여 두 작품에 나타난 보수성과 낭만성, 관념성과 현실성의 층위가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살펴 두 작품의 성격을 규명하였다. <장화홍련전>은 <김인향전>보다 관념성이 강하다. 장화 출생의 태몽이나 장화 생모의 유언 및 장화 자매의 환생 이후의 삶에도 관념적인 상징성이 농후하게 드러난다. 곧 장화는 ‘선관과 꽃, 광풍’ 등과 같은 ‘몽조’로 인해 예사롭지 않은 삶이 예고되고, 장화 생모의 유언도 ‘몽조’의 성격을 지닌다. 또 장화 자매가 환생하는 과정이나 그 이후의 삶에도 현실적이기보다는 관념적인 당위성이 개입된다. <김인향전>은 <장화홍련전>에 비해 현실성이 강한 작품이다. 인향 남매들이 출생할 때에도 관념성이 배제되고, 김좌수가 재혼하는 목적과 인향 생모의 유언 또한 극히 현실적이다. 그리고 인향 자매가 환생한 후 각각 다른 가문의 남성과 순차적으로 결혼하는 것도 현실성을 반영하고 있다. 장화와 홍련은 출생할 때의 ‘태몽’ 유무로 분리되어 그에 따라 선험적으로 삶의 방식이 이원화된다. 곧 ‘선관의 꽃’으로 출생한 장화는 ‘선관의 꽃송이’답게 ‘초자아(superego)’를 견지하여 부친의 부당한 명령에도 절대 복종함으로써 ‘효’를 행한다. ‘몽조’ 없이 태어난 홍련은 ‘원초아(id)’가 극대화되어 ‘효’를 배반하고 자살한다. 특별한 몽조 없이 태어난 인향 자매들은 장화 자매보다 현실성을 띤다. 곧 인향 자매간의 관계도 인향이 인함을 돌보고 인함이 인향에게 종속적이어서, 작품의 제목도 인함은 배제되고 인향만 부각시켰다. 또한 <장화홍련전>에서는 장화와 홍련으로 자아가 ‘초자아’와 ‘원초아’로 분리된 것이, <김인향전>에서는 인함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인향에게 초자아(superego)와 원초아(id)가 통합되어 나타난다. 그러한 까닭으로 인향은 경우에 따라 전통적 ‘효’를 배반하기도 하고, 또 ‘효’를 위해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계모가 전실 자식의 정절을 모해하여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간 <장화홍련전>과 <김인향전>은 두 작품 모두 여성의 정절과 죽음 및 환생이라는 동일한 모티프를 취했다 하더라도 두 작품의 성격은 같지 않다. 곧 <장화홍련전>에서는 <김인향전>보다 보수성과 관념성의 층위가 더 두터워 관념적인 당위성이 강조된다. 이에 반해 <김인향전>에서는 <장화홍련전>보다 낭만성과 현실성을 중시함으로써 환생할 때에도 쌍생아로 태어나지 않고 죽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감으로써 낭만성을 고조시켰다. 또한 <장화홍련전>에서는 선험적으로 자아가 ‘초자아(superego)’와 ‘원초아(id)’로 분리되고, <김인향전>에서는 자아가 통합되어 나타난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