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성스러움 해체와 재정립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헤세학회
· 수록지 정보 : 헤세연구 / 15호 / 252 ~ 273페이지
· 저자명 : 김연순

초록

‘성스러움 das Heilige’이란 용어는 유럽 역사를 관통하면서 특히 중세 이후 사회․문화 및 철학과 뗄 수 없는 서구의 정신적 정향성을 함축하며, 근대 이후 오늘날까지 서구인의 삶에 깊숙이 자리하는 감정과 체험에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14세기 말 이래 르네상스의 출현, 근대 과학의 태동, 시민계급의 성장, 종교개혁 및 산업혁명 등을 통해 기독교의 신념들이 흔들리면서 ‘성스러움’은 지속적으로 변해가는 유럽문명과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해체된다. 여기서 해체란 과거 초월적 가치를 갈구했던 것과는 달리 지상으로 눈을 돌리면서 현세적 가치를 추구해가는 전(全)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무조건적으로 요구되었던 교회중심의 공동체적 신앙에서 벗어나 집단과 개인이 사회․정치․문화적 이해에 근거해서 다양하게 분화되는 것을 뜻한다. 이런 맥락에서 제기되는 성스러움의 해체와 재정립은 중세처럼 초월적 힘에 의존하여 모든 것을 판단하기보다는 인간 이성에 의해 결정되고 설명되는 ‘세속화 Säkularisierung’ 과정 일체를 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은 전(全) 유럽적 현상이며,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그 흐름 안에서 독자적인 근대 문화를 정립해간다. 특히 독일 계몽주의 이후 이성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면서 실질적인 측면에서 종교적 신념이 약화되고, 정치․사회적 영역에서 구조적으로, 사상적 영역에서 역사철학적으로, 문화적 영역에서는 예술의 자율성으로 분화되어가면서, 그 저변에는 개인의 주체 의식이 빠른 속도로 강화되어갔다.
이런 흐름에서 성스러움을 해체시키는 결정적인 사회주체는 바로 시민계급이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자본을 토대로 부상하게 되는 시민계급은 세속화 과정에서 주체적인 자기이해를 촉진시키면서 새 시대의 문화 전유를 위한 토대를 구축해간다. 특히 16․7세기에 획기적으로 발전해가는 과학에 힘입어 산업혁명이 사회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초월적 성스러움의 추구는 시민계급의 주도 아래 합리화되어가는 세계에서 그 의미를 상실해갔다. 시민계급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이념을 구체적인 현실세계에서 실현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역사철학적 정당성에 근거하여 정치․사회 및 문화의 주체로서 자리잡아갔다. 이로써 서구의 역사는 초월적 세계에서의 관념적인 자유 대신에 현실세계에서의 실질적인 “자유를 자각하는 정신의 시기”로 진입하게 된다. 헤겔 G. W. F. Hegel 에 따르면 이로써 “자유의 원리, 정신의 원리가 세계의 기치가 되며, 이 원리에 의거해서 이성의 보편적인 원칙들이 전개”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맥락들을 전제로 본 연구는 계몽주의 이후 변화해가는 사회․문화의 여건 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성스러움이 해체되는지, 이 해체의 과정에서 새로이 주목받는 ‘숭고’ 란 어떤 것이며, 이 개념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 정립과 상관관계를 가지는 시민계급의 자기 이해와 문화 주체로서의 자각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