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스트의 『칠레의 지진』에 나타난 절대적인 믿음에 대한 충격적인 회의에 관하여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독어독문학교육학회
· 수록지 정보 : 독어교육 / 40권 / 40호 / 185 ~ 211페이지
· 저자명 : 김연수

초록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작품 칠레의 지진은 1647년 5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일어난 실제의 지진 사건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칠레의 산티에고는 작품의 외적인 구성요소에 지나지 않아서, 그다지 칠레 특유의 지방색을 재현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지진’이라는 모티브에 중점을 두면, 1755년 전 유럽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신정론’에 대한 토론까지 야기시켰던 리사본 지진을 독자들은 떠올리게 된다. 라이프니츠와 크리스티안 볼프 식의 낙관론, 즉 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들 중에서 최상이다”라는 식의 낙관론이 팽배했던 당시 리사본 지진으로 인해 이러한 낙관주의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볼테르나 루소, 칸트의 회의적인 시각의 대두로 신정론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리사본의 지진으로 당시 유럽인들의 정신세계의 흔들림, 절대적 믿음에 대한 충격적인 회의 및 클라이스트 개인의 칸트위기가 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어있는지를 분석한다.
때론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때론 주관적으로 평가하며, 때론 인물들의 관점을 그대로 취하는 화자의 서사방식, 묘사된 사실이나 인물들의 언술을 그대로 묘사하면서 극적인 강조효과를 수반하는 시제변형, “마치 ... 처럼 Als ob”-문체와 같은 상대적인 표현법 등을 이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너무 성급하게 이야기된 사건에 대해 단정적인 결론을 짓지 못하게 하는 파라독스한 서사방식의 특성을 살핀다.
내용적인 차원에서의 사건 구성에 있어서도 파라다이스적인 분위기의 막간극을 사이에 두고 천재에 의한 참사와 인재에 의한 참사를 대칭시키는 삼막구조 분석을 통해 이 작품의 의미형성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모순(천재에 의한 구조와 인재에 의한 파멸)을 살펴봄으로써, 클라이스트가 문학의 형식을 통해 자신과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즉 불가해한 삶의 본질 및 절대적인 믿음에 대한 회의적인 질문을 당시 충격적으로 흔들린 유럽인들의 정신세계와 클라이스트의 개인적인 칸트위기의 맥락에서 해석한다.
지구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도 흔들어놓은 역사적인 지진사건을 토대로 클라이스트는 이 작품에서 통찰 불가능한 삶의 비밀을 자문하고 있다. 그에 의해 창조된 화자가 파라독스한 서사방식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모순에 가득 찬 현실과 절대적인 믿음에 대해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클라이스트는 볼테르와 마찬가지로 18세기 낙관주의적인 신정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문화 및 문명 비판자인 루소의 사상에 근접하고 있으며, 인간인식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칸트의 영향도 보여주고 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