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제어와 시적 단절의 극복 -高銀의 초․중기 시세계의 상관성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중인문학회
· 수록지 정보 : 한중인문학연구 / 16호 / 337 ~ 366페이지
· 저자명 : 박몽구

초록

고은은 1950년대에 현대문학지를 통해 시단에 나온 이래 줄기차게 활동을 해오고 있는 중진 시인이다. 그의 시는 60년때까지의 초기 시와 70년대 이후에 씌어진 시들 시들로 크게 대별되는데, 기왕의 연구에서는 이 두 시기의 시들 사이에 커다란 편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왔다. 즉 초기 시들은 불교정신과 전통 서정에 바탕한 감성 위주의 서정시들이며, 중기로 불 수 있는 70년대 이후의 시들은 예언자적 지성과 고질적인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민중 정서로 일관한 시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본고에서 새롭게 검토한 바 이 두 시기의 시들은 단절보다는 깊은 연관 관계를 갖고 창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크 라캉의 정신주의 비평을 잣대로 하여 분석해 보면, 고은의 시들은 각 시기별로 현실을 반영하는 풍부한 상징의 시어들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시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고은의 초기 시와 중기 시는 표면적으로는 깊은 단층의 양상을 노정하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시인이 설정한 현실과의 관계를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센티멘털리즘과 누이 콤플렉스의 만연 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초기 시들은 전후의 현실로부터 참담한 패배와 소외를 당한 데서 빚어진 상상계적 현실의 파탄을 일정하게 반영한 데서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70년대에 주로 창작된 고은의 중시 시들은 이와는 사뭇 다르게 사회적 주제를 다루고 있을 뿐더러, 흔히 톤이 높은 민중시로 분류되기 쉽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은이 실재계적 파탄을 경계하면서 자신이 딛고 선 자리를 중시하고, 그곳에 자신의 이상향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집중되어 있다. 고은은 흔히 한국 민중시의 대표 주자나 투쟁적인 시인으로 치부되기 쉽다. 특히 초기 시들과 이후의 시들 사이의 간극은 흔히 메우기 어려운 것으로 거론되어 왔지만, 본고를 통해 검토한 바 깊은 내면적 고리 속에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초기의 시작업은 한국전쟁이 시인 고은에게 안긴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며, 이후의 시들은 어두운 현실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내면적 고리를 형성한다. 그런 점에서 고은의 시들은 재검토되어야 하며, 그의 한국 현대시문학사상의 위상도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