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은 악(Evil)의 존재를 허용하는가?

서지정보

· 발행기관 : 새한철학회
· 수록지 정보 : 철학논총 / 4권 / 38호
· 저자명 : 정윤승

초록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은 그 어떤 존재도 자체만으로 자족적으로 고립해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존재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항상 유기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가 현실적 존재자(actual entity)라는 용어로 기존의 존재를 대체하는 것은 존재자의 생성 과정을 이루는 미시적인 단위들이 궁극적인 실재라는 점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즉 그는 현실적 존재자들의 집합체를 궁극적인 실재 혹은 궁극적인 존재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 놓인 구체성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본다.선과 악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견해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즉 현실적 존재자는 홀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시적 현실적 존재자와의 관계성 속에서 그것의 의미가 확립되고, 그것의 존재가 완결되며, 더불어 과거의 사실들은 현재의 존재자의 자유로운 선택의 과정에 의해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존재자로 거듭나게 된다. 여기서 악의 존재가 대두되게 된다. 현재의 현실적 존재자는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과거의 사실을 가치평가 한 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선택의 자유로움은 결국 우연성과 돌발성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그렇게 선택된 대상이 반드시 더 나은 선인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즉 현실적 존재자의 합생의 과정 중에는 진보가 아닌 오히려 퇴보로의 방향성까지도 내포한다. 이것은 화이트헤드 철학이 견지하는 우주론의 이중성에서 기인한다. 화이트헤드는 모든 존재자가 개념적인 면과 물질적인 면이라는 이중적인 입장에서 가치평가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해에서는 가치평가에 의해 초래되는 악의 경향성마저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신의 본성과 악을 연결지우려 하지 않는다. 신은 전통적인 입장에서의 초월적인 창조자, 혹은 인격적인 창조자가 아니다. 신 역시 그의 존재론적 원리에 따라 철저히 현실적 존재자의 특성을 지닌다. 그러한 이유에서 신도 창조성이라는 범주에 적용되어야 하는 제한된 존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신은 악의 존재에 대해 그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 다만 그는 현실적 존재자가 올바른 선으로 향하도록 유혹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또한 선과 악이라는 가치평가는 합생과정 중에서는 과거의 사실과 현재의 주체와의 비교에서 발생한다고 하는 그의 입장은 선을 상대적으로 무화시킬 수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유기적인 생성과정을 통해 세계를 설명하는 그의 철학은 그와 같은 무리한 통합에 의해 비존재를 무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