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에 나타난 공간의식의 변모양상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시학회
· 수록지 정보 : 한국시학연구 / 19호 / 121 ~ 152페이지
· 저자명 : 박옥실

초록

백석 시의 시적 공간은 1930년대 시에서 매우 특징적인 면모를 보인다. 넓게는 평북 지방과 정주, 고향마을, 집, 방 등의 특정한 공간을 주된 무대로 삼고 있으며, 특히 시기적으로 유년기라는 데서 변별력을 가진다. 그의 시에서 공간적 특징을 이루는 이러한 양상은 그의 시집『사슴』을 통해 나타난다. 시적 자아는 기억의 공간을 잘 활용해 세계와의 만남을 이루고 초월적 공간을 지향하며, 끊임없이 이상을 구현하고자 대립과 화해를 모색한다. 이는 물리적 공간을 뛰어 넘어 내면세계의 어떤 공간을 강렬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적 자아의 과거회귀적 유년의 체험은 ‘갇힘’과 ‘모색’의 공간으로 보았다. 이는 유년기의 시적 자아가 자신이 생성되고 성장한 ‘집’이라는 구체적 공간에서 ‘갇힘’을 의식한다는 것은 곧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말이며, 내면적 세계의 억압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모색’을 불러오며, ‘모색’은 또 ‘열림’의 공간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길찾기’는 피할 수 없다. 이러한 공간의식의 변모양상은 크게 시집『사슴』의 초기시와 연작시인「南行詩抄」,「咸州詩抄」를 통해 드러난다. 그의 ‘길찾기’가 표면적으로 ‘유랑의식’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새로운 돌파구로 향하는 공간적 역동성을 가진다.「南行詩抄」는 기행시이지만 단순히 풍물만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 이동을 통해서 시적 변모를 가져온다는 데서 의미를 갖는다. 즉 존재의 공간이동인 것이다. 이는 과거지향적이기 보다 미래와 세계를 향한 자신의 정체성 회복과 강렬한 내적 갈망을 드러낸다. 남쪽과 북쪽에 이르는 머나먼 ‘길’의 노정을 통해 보여준「咸州詩抄」의 여행모티프는 자아의 존재론적 근원적 자아 탐색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남쪽과 북쪽의 공간적 여행모티프는 자아탐색의 여정이 되며, 새로운 삶의 전환과 시적 변모를 가져온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