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와 민중제의의 공간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중인문학회
· 수록지 정보 : 한중인문학연구 / 1권 / 14호 / 171 ~ 192페이지
· 저자명 : 박몽구

초록

본고에서는 신경림의 시집 농무(農舞)의 세계에 등장한 민중제의 및 놀이를 바흐찐의 카니발 이론 및 호이징하의 놀이에 관한 견해 등과 접목시켜 검토해 보았다. 신경림의 시세계에는 한국의 어느 시인들보다 집안의 기제사나 동제(洞祭) 및 가설무대, 농악 등 카니발적 공간이 다수 등장한다. 기왕의 연구에서는 이 같은 면들에 대한 검토가 소홀했던 점에 주목하면서, 본고에서는 이런 카니발 공간의 구체적인 양상을 점검하는 한편, 그것이 시적 완성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신경림은 그동안 한국 시단에서 대표적인 민중시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그의 어떤 시들을 살펴보아도 구호나 무거운 주제로 압도해 오는 것들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60년대의 김수영, 신동엽은 물론 70년대 이후 수많은 민중시인들의 시에 비해서도 목소리는 한껏 차분한 편이다.
그의 시들에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잔치마당이나 가설 무대 등 집단의 공간이 다수 설정되어 있다. 그 공간 속의 통과제의 설정을 통해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한편 전향적인 삶의 전망을 열어 보이고 있다. 그가 형성한 공간은 우리 민족이 원래 친근하게 쌓아올린 공간이라는 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가 설정한 통과제의는 곧 독자들이 삶 속에서 극복하자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큰 설득력을 띤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지적 장치로 놀이를 다수 채택함으로써 인간의 유희적 본능을 자극하는 한편 시에 무한한 생동감을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으로써 내면 탐구에 짓눌려온 감이 있는 한국 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한편 생활 감정에 깊게 뿌리를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그를 통해 한국시는 곧 놀이라는 또 하나의 명제를 보탠 셈이다.
신경림의 시들은 새삼 좋은 시는 민족이 정서에 뿌리를 내린 것이어야 하며,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 그의 시에 풍부하게 민중제의의 정서는 그에게 씌워진 민중시인이라는 굴레 내지는 선입견이 걷히고, 새롭게 읽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