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를렌 하우스호퍼의 단편소설 『다섯 살』에 묘사된 유년기의 여성상과 남성상 체험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독어독문학교육학회
· 수록지 정보 : 독어교육 / 40권 / 40호 / 263 ~ 287페이지
· 저자명 : 서유정

초록

오스트리아 여성 작가 마를렌 하우스호퍼 Marlen Haushofer(1920-1970)의 주요 모티브는 화해될 수 없는 남성과 여성의 문제다. 작가의 최초의 단편소설인 다섯 살 Das fünfte Jahr(1952)은 유년의 체험 중에서 특히 성정체성에 대한 최초의 체험을 다룸으로 하우스호퍼 작품 전체의 모티브를 선취하고 있다는 의의를 갖는다.
주인공인 다섯 살 난 마릴리는 부모의 부재 속에서 조부모와 두 명의 하인과 함께 고립된 전원 속에서 성장한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남성성과 여성성을 체험하면서 성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한다.
마릴리는 가깝게는 조부에게서 그리고 밖으로는 마을의 어느 소년과 걸인에게서 느낀 안정감 있고 건강하고 자유로운 남성의 세계를 동경하는 동시에 폭력성과 무자비함, 무질서와 가부장적 권력이라는 화해될 수 없는 낯선 세계로서의 부정적인 남성상을 체험한다. 이렇듯 어린 마릴리가 체험한 남성성은 매력적이면서도 거부감이 드는 양립 감정의 세계다.
여성성에 대한 의식은 무엇보다도 조모를 통해 얻게 되는데, 특히 수수께끼 같은 불가해한 모습으로 인식된다. 조모의 모습은 슬픔, 우울, 죽음 그리고 가정이라는 제한된 삶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폐쇄성의 전형이다. 또한 마릴리는 조모로부터 전통적인 여아교육을 받는다. 그리하여 남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채 다섯 살의 마릴리는 자신의 운명과 조모의 운명을 여성의 당연한 운명처럼 받아들이도록 교육된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것으로 처리됨으로써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주어진 남성상과 여성상을 고수하는 체념적인 태도가 암시적으로 나타난다. 결국 마릴리는 하우스호퍼의 소설에서 늘 반복되는 불행하고 비관적인 여자 주인공들의 유년의 모습인 듯한 인상을 준다.
하우스호퍼 작품의 남성과 여성은 일치되거나 화해될 수 없는 서로에게 너무나 낯선 세계다. 양성에 대한 이러한 이분법적인 관점은 결정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점점 더 고립되는 삶을 택하는 여자 주인공들의 태도를 여성 특유의 해방전략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다섯 살을 통해 강조되어야 할 점은 가정이라는 제도 속에서 행해진 전통적인 여성상에 기초한 여아교육이 갖는 사회-정치적 차원의 문제의식이다. 하우스호퍼의 여자 주인공들의 삶은 그저 개별적인 불행한 운명으로 읽혀질 게 아니라 전통적인 여아교육이 여성들 속에 내면화된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분명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