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齊家 경제사상의 구조와 성격(II)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실학학회
· 수록지 정보 : 한국실학연구 / 11호 / 183 ~ 216페이지
· 저자명 : 이헌창

초록

북학사상은 개방적 정신으로 선진문명을 학습하여 부국과 문화발달을 도모함으로써 근대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역사적 과제에 부응하고자 한 점에서 그야말로 ‘새로운 문명기획’이었다. 북학사상은 조선시대 지성사의 이단이라기보다는 중국을 열심히 배우려는 전통을 시대적 요청에 맞게 잘 변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박제가의 富國論은 國利民福의 증진에 주력한 점에서 왕권과 군사력의 강화에 주력한 법가의 사상보다 아담 스미스의 國富論에 가깝다. 박제가가 이러한 진전된 부국론을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지배이념인 유가의 왕도적 안민론을 흡수, 극복하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박제가가 부국을 위해 제시한 방안은 상업진흥론, 선진기술경영도입론 및 제도개혁론으로 집약될 수 있다. 상업진흥이 부국을 위한 중심적인 과제로, 해로무역이 상업진흥을 위한 주된 방도로 설정되었다. 북학파 내에서 박제가는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개혁안을, 박지원은 온건하고 점진적인 개혁안을 내세웠으나, 이들은 공리의 중시, 명분론적 華夷觀의 극복, 서양 기술의 학습, 수레의 이용 등을 통한 교통발전, 상업과 해로무역의 육성, 기술중시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양반제 개혁 등 보수파보다 선진적인 인식을 공통으로 가졌다.박제가의 사상은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통한 부국의 도모, 적극적 무역활동을 통한 경제적 이익의 추구, 수출공업의 육성을 통한 귀금속 화폐 유출의 방지 등의 점에서 重商主義와 상통하나, 자유무역을 지향한 점에서는 중상주의와 달랐다. 박제가는 중상주의자 토마스 먼 정도의 경제분석을 수행하지는 못하였지만, 시장의 육성과 개방, 기술발전, 지식경영 등 현대 경제발전이론에 부합하는 개혁안을 제시하였다. 유럽 경제학이 도입되기 전단계에서 경제사상이 가장 발달한 지역은 동아시아였는데, 박제가는 중국일본의 가장 선진적인 경제사상가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박제가의 개혁안은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에 유효하였지만, 그 혁신성으로 개항 전 조선의 현실에서 수용될 수는 없었다. 그의 해로무역육성론, 서양기술자초빙론 및 양반의 상업종사론이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근저에는 華夷觀, 農本觀, 士農工商觀 및 物欲경계론이 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었다. 박제가의 후대에 대한 영향력은 사상면에서 제한적이었고 정책면에서는 없었으나, 박제가와 같은 선진적 사상을 제기할 수 있는 학문 역량은 개항 이후 개화사상의 신속한 형성을 위한 기반을 이루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