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이 다시 쓰는 베트남 전쟁: 미국 작가들의 베트남 전쟁 소설과의 비교를 통한 르 리 헤이슬립의 『하늘과 땅이 바뀌었을 때』 연구 (The Vietnam War Rewritten by a Vietnamese Woman: An Analysis of When Heaven and Earth Changed Places by Le Ly Hayslip From a Comparative Perspective With American Writers)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미국사학회
· 수록지 정보 : 미국사연구 / 28권 / 207 ~ 239페이지
· 저자명 : 박진임

초록

본고는 베트남 전쟁 문학 연구의 영역에서 그다지 다루어지지 못했던 베트남 여성의 자서전적 내러티브를 통하여 젠더의 시각에서 베트남전의 재현을 재검토하고자 한다. 베트남 전쟁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베트남인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베트남인들의 경험의 문학적 재현에 대한 연구는 매우 시급한 형편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베트남 여성들은 인종과 국가의 관점에서나 젠더(gender)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주변적인 존재로 생존하였으며, 그리하여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였다고 볼 수 있다.
헤이슬립의 경험에서 드러나는 바, 생존을 위한 도구이며 소모품으로 변한 베트남 여성의 육체에 대한 기록, 그리고 모든 베트남 가정이 거의 예외 없이 경험하는 가족 구성원의 죽음은 그 처절함과 잔혹함, 만연성으로 인하여 미국 여성 작가의 내러티브에 나타나는 상실의 정조와 대비를 보이며 미국인들의 상실은 베트남인들의 고통에 비하면 매우 가벼운 것이며 과장된 것임을 증명한다.
여성의 내러티브, 특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재서술하는 경험의 기록은 공적 담론에 의해 지배받고 고착되어 가고 있는 역사의 수정 작업이 된다. 아울러 남성 특유의 감수성과 경험의 권위에 지배되어온 전쟁의 재현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 전쟁의 본질과 다양한 면모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헤이슬립의 자서전은 전쟁 피해자인 베트남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서술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베트남 전쟁을 파악하는 데 요긴한 텍스트이다. 베트남 여성의 경험은 ‘민주주의의 수호’와 ‘공산주의 확장의 저지’라는 미국 측의 공적 담론이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간과한 전쟁의 참상을 드러냄으로써 그 공적 담론의 허구성을 폭로하며 수정을 요청한다. 동시에 헤이슬립은 피해자의 경험을 비관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자립을 꿈꾸고 인간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더 나아가 용서와 평화와 화해라는 불교의 가치들을 구현함으로써 휴머니티의 고취에 기여하는 페미니스트 텍스트를 완성한다.

영어초록

While there have been some Vietnamese voices in print during the 1970s and 80s, it was not until the appearance of Le ly Hayslip’s When Heaven and Earth Changed places that American readers were provided with an extensive and comprehensive account of the Vietnamese experience. In revealing how she transformed herself from an innocent girl from a farming village to an American wife as she narrates her traumatic experiences of rape, prostitution, concubinage, and desertion, Hayslip testifies to how the war changed the Vietnamese people and society. Her story resists and undermines the official history and sanctioned narrative of the war, as Hayslip exposes the falsity of the political rhetoric through her seemingly naïve, but candid and genuine observations, questions, and reflections. She represents the perspective of an ultimate victim of the war, both a woman and a Vietnamese, but she overcomes mere victimization as she comes to terms with her trauma through Buddhist notions of peace and mercy.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