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전기의 驛屬層과 지방 행정단위로서의 驛

서지정보

· 발행기관 : 진단학회
· 수록지 정보 : 진단학보 / 101호 / 195 ~ 223페이지
· 저자명 : 정요근

초록

驛은 삼국시대 이래 전근대시기 중앙정부에 의해 운영되었던 핵심적인 공적 교통통신기관이었다. 이 글은 고려전기 역의 성격을 인적 구성의 측면과 지방 행정단위로서의 측면에 주목하여 파악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고려전기의 驛屬層은 신분적 측면에서 驛吏, 驛丁戶, 驛白丁, 驛奴婢 등으로 구분되었다. 그 중에서 역정호층은 急走나 轉運 등 역의 실무를 담당하였던 驛役의 핵심담당층이었으며, 사실상 역리층도 역정호층의 상층부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역의 기능이 온전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역정호층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였으며, 국가에서 전국의 역을 규모에 따라 분류할 때에도 역정호의 인원수가 주요한 기준이 되었다.또한 역속층은 지역공동체적 기반 위에 존재하였다. 이러한 지역공동체적 기반은 역정호층을 역속층 내부로부터 안정적으로 수급하도록 하는 주요한 장치가 되었다. 또한 중앙정부는 역속층에 대한 신분적 차별을 공고히 하는 법제적 규정을 마련하여 역속층을 역에 세습적으로 긴박시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역속층의 지역공동체적 기반은 신라하대로부터 기원한 것이며, 그 기본적인 성격은 13세기 몽고침입기까지도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역은 영역적인 측면에서 소재하는 上位郡縣에 예속되어 있었다. 상위군현은 역속층에 대한 戶口案 작성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田租나 貢物의 납부, 유사시 軍役의 동원 등을 통해 역속층을 통제하고 간섭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역은 군현제의 영역과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행정단위로 기능하고 있었다. 각 역은 驛道를 단위로 館驛使의 관할 하에 놓여 있었으며, 관역사의 권한이나 기능 및 관할 범위 등은 道制 등 郡縣制의 행정체계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이상과 같은 상위군현 및 관역사에 의한 이중적 통치체제는 역로망을 군현제 행정단위의 영향력으로부터 분리시켜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두고자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었다. 또한 이러한 역로망 운영의 특성은 국초 이래 외방의 변란 가능성과 외적의 위협에 대처하여 역로망을 원활히 운영하고자 하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고착화되었다. 따라서 고려전기 개별 역에 대한 상위군현과 관역사의 이중적 통치체제는 국초 이래의 역의 지역공동체적 성격을 온존시키면서 역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고려전기 지방 통치방식의 주요한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