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적 사실주의와 트라우마 서사의 만남: 황석영의 『손님』

서지정보

· 발행기관 : 고려대학교 국제한국언어문화연구소
· 수록지 정보 : Journal of korean Culture / 33권 / 205 ~ 227페이지
· 저자명 : 모하치 에스터 에니코

초록

마술적 사실주의는 트라우마를 표현해내기 위해 적합한 서사 구조이다. 마치 무당이 개인과 공동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과 같이 마술적 사실주의 소설들 역시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을 다루며 그로 인해 개인과 집단이 받았던 트라우마가 치유된 장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도움을 받는 양상은, 마술적 사실주의가 트라우마 문학의 방법론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황석영의 『손님』에서 유령들은 황해도 지방에서 부당하게 사망한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재현한다. 무당의 의례를 통해 그들은 트라우마의 후유증을 치료한다. 유령들은 집단적 트라우마로 인해 억압된 피해자들의 기억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죄책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유령들은 한국 전쟁이라는 집단적 트라우마와 분단 상황이 미처 극복되지 못한 한국의 현실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제대로 매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요섭을 괴롭힌다. 그리고 마침내 요섭이 고향을 방문하게 됨으로써 그들의 매장이 완수된다.
황석영의 소설에서 마법은 단지 환상 세계를 생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하게 되는 환상 형식을 구사한다. 황석영의 『손님』은 서사 구조와 구술 언어를 사용하여 피해자들이 자신을 변호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소설은 독자들이 사건을 직접 경험하는 데 도움을 주는 리얼리즘적 형식을 사용한다.
황석영은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을 “‘황해도 진지노귀굿’ 열두 마당을 기본 얼개로 하여” 썼다고 말한다. 또한 이 “망자를 저승으로 천도하는” 넋굿을 통해서 한반도에 여전히 “남아 있는 전쟁의 상흔과 냉전의 유령들을 이 한판 굿으로 잠재우고 화해와 상생의 새 세기를 시작하자는” 황석영, 『손님』, 서울: 창비, 2001, 262쪽.
의미에서 이 소설을 썼다고 말하기도 한다. 즉, 무당의 의식은 부당하게 목숨을 잃은 영혼들을 위안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보다는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에게 더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상 유령들이 인물들의 내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속죄의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례로 요섭은 그의 몸 안에 형의 유령을 들여놓은 덕분에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여행을 하기도 하고 그의 고향을 방문하기도 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무당이 된다. 게다가 그는 유령과 대화도 할 수 있는 인물로, 이 책의 8장에서는 무당의 의례를 행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의식의 중요한 기능은 애초의 트라우마적 사건으로 인해 파열된 공동체 의식을 재확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의 과정은 『손님』에서 성취를 거둔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