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모리스 센닥의 그림책 세계
1.1. 도입
요즈음의 유아들은 꽤 빠른 시기에 글자를 읽는다. 책이란 책은 모두 들이밀며 읽으라고 권유하는 부모님들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글자를 읽는다는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우리가 본 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자를 읽는 것 이전에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글자를 읽지 못해도 옆에서 들려주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내용을 이해하거나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야기를 듣는 능력이나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파악하는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세계를 자신의 마음속에 영상으로 그려볼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이러한 힘을 일반적으로 상상력이라 한다. 어린이는 태어날 때부터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나온 것은 아니다. 출생 후 직접 간접의 경험을 통해서 획득하는 것이다. 따라서 체험이 풍부하면 상상력도 풍부해진다. 그림책은 체험을 풍부하게 하는 기회를 준다. 그런데 대부분의 그림책이 어린이의 상상력을 보충하고 풍부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이번 기회에 알아보고자 하는 '모리스 센닥(Maurice Sendak)'의 작품들은 그림책의 역사에 있어 어린이와 상상력, 환상세계에 대한 의미를 더욱 확고히 하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1.2. 생애
1.2.1. 어린 시절
1928년 6월 10일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폴란드 출신의 유태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모리스 센닥의 어린 시절은 순탄하지 않았다. 새 페인트 냄새를 견디지 못한 센닥의 어머니 때문에 집주인이 아파트를 도색할 때마다 이사를 해야만 하였고, 2세에서 4세까지 홍역, 폐렴, 성홍열을 앓아 안정된 아동기를 보내지 못하였다. 또한 센닥의 부모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 때 많은 친척들을 잃었기 때문에 자식을 하나라도 잃을까 봐 끊임없는 관심을 쏟아부었다. 어린 시절의 센닥은 침실 창문을 통해 창 밖에서 다른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는 무서운 친척들과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생각 등으로 어릴 때부터 심리적인 공포심과 열망,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살았다고 한다. 하도 예민해서 진공청소기 소리조차도 기괴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어린 시절의 경험들은 그가 후에 작가로서 성장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나는 어렸을 때 이미 어느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고, 한편으로 다른 아이들한테서 고립되어가는 나를 보게 되었으며...... 그 점이 나를 예술가로 성장하게 해주었다"고 술회하였다.
1.2.2. 그림책 작가로 성장
센닥은 10년에 걸친 아마추어 경험을 토대로 1963년 드디어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들게 된「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출판하였다. 그 당시 세계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으나 결국 센닥의 탁월함이 인정되어 이 작품으로 그는 1964년 칼데콧상을 수상하였고 동시에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부상하였다. 그는 70년대의 대부분을 실질적으로 외부로부터 고립된 삶을 살았다. 이 시기에 다른 작가의 그림책에 삽화를 그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창 밖 저 멀리」도 출판하여 여러 가지 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50년의 역사를 가진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IBBY)에서 세계 아동문학에 끼친 작가의 종합적인 업적을 인정하는 의미로 수여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1970년에 수상하였다. 많은 시간을 그림책 만들기에 보낸 후에 1980년에 그는 그의 첫 번째 오페라인 를 썼다. 그는 작가 이외의 활동으로 모차르트의 마적(요술피리 magic flute)의 세트와 복장을 디자인하고 오페라 디자인 일도 하였다. 1990년에는 그의 작품을 가지고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하여 이라는 극장을 만들었다. 극장의 예술 감독으로서 그는 과 과 같은 연극을 새로운 각색으로 제작하여 상연하였다.
1.3. 환상 그림책의 선구자
1.3.1. 주제와 등장인물
모리스 센닥의 그림책은 아동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센닥은 어린이들이 현실세계와 환상세계 두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 어린이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이해하고 그것을 그림책에 담았다. 그의 작품에서는 아동의 분노, 두려움, 질투 등 부정적 감정뿐만 아니라 자유로움, 기쁨 등 긍정적 감정도 잘 드러나고 있다.
센닥의 대표작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주인공 맥스는 장난꾸러기이자 개구쟁이로 등장한다. 엄마에게 혼나고 방에 갇혀있던 맥스는 자신의 감정을 괴물들과의 놀이로 표출한다. 맥스는 처음엔 괴물들을 두려워하지만 곧 자신감을 가지고 그들을 제압한다. 이처럼 맥스는 상상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드러내며, 어른이 되어서는 자신의 분노와 갈등을 잘 다룰 수 있게 된다.
「깊은 밤 부엌에서」의 주인공 미키 역시 아이답고 순수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상상 속에서 빵 반죽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우유를 구하는 등 매우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활약을 펼친다. 「창 밖 저 멀리」에서는 동생을 구하러 나선 언니 이다가 주인공이 되는데, 그녀는 부모에 대한 은근한 분노와 동생에 대한 질투심을 보여주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동생을 구해낸다.
이처럼 센닥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센닥은 어린이들의 진솔한 감정과 욕구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환상적이고 극적인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1.3.2. 배경과 플롯
환상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배경은 현실과 환상의 두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맥스의 방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맥스의 상상을 통해 환상세계인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이동한다. 맥스의 방은 생활하는 현실 세계로, 여기서 맥스는 엄마에게 혼나고 방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맥스의 방은 갑자기 숲으로 변모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현실과 환상의 공간이 교차하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간다.
플롯 역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오가며 전개된다. 맥스가 엄마에게 혼나 자기 방에 갇히자, 맥스의 상상 속에서 방이 숲으로 변하고 배를 타고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이곳에서 맥스는 괴물들과 친구가 되고 괴물들의 왕이 된다. 하지만 곧 엄마와 집을 그리워하게 되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맥스의 환상과 현실 간의 이동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심리와 갈등 등 현실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나타난 배경과 플롯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이들의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4. 대표 작품 분석
1.4.1. 「괴물들이 사는 나라」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모리스 센닥의 대표적인 환상 그림책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맥스는 집에서 늑대 옷을 입고 장난치다가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저녁밥도 먹지 못한 채 자기 방에 갇히게 된다. 갇힌 방에서 맥스의 상상력이 발동하면서 방이 자연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맥스는 배를 타고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떠나게 된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한 맥스는 괴물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