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우리 주변의 미생물
1.1. 미생물이란 무엇인가
1.1.1. 미생물의 정의
미생물이란 사전적 의미로 육안으로 관찰이 어렵거나 불가한 미세한 생물을 말한다. 대부분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마이크로미터 (1/1,000mm) 혹은 나노미터(1/1백만mm) 단위의 작은 생물이다. 이러한 미생물의 범주에는 일반적으로 진균(Fungi), 세균(Bacteria), 바이러스(Virus), 원생동물(Protozoa), 조류(Algae) 등을 포함한 20만 여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약 1,000만 여종의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1.2. 통시적 관점에서 보는 미생물
미생물은 약 38억년전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체로 지구를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바꾼 주역이다. 최초의 미생물(고세균)은 주로 자외선이 도달하지 못하는 심해의 화산 주변 등 극한환경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고세균에서 진화한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에 의해서 대기중에 산소를 생성한다. 특히 남조류 등의 미생물은 돌연변이, 공생 등의 방법으로 계속 진화하여 동식물 발생의 기원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생물은 역사적으로 인간에 유익한 영향과 해로운 영향을 동시에 주었다. 유익한 영향으로는 식품발효, 의약소재, 산업공정에 이용되고 있다. 포도주와 식초는 기원전 1만년, 빵은 4천년 경에 만들어진 발효식품으로 추정되며, 치즈와 요구르트는 기원전 3천년 경에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우연히 발견된 발효식품이다. 또한 고대 바빌로니아, 이집트, 그리스 등에서는 술, 식초, 곰팡이 핀 빵 등을 의약소재로 사용하였다. 반면 해로운 영향으로는 인간 전염병, 가축 전염병, 식물병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인 흑사병(1347~1351년)으로 유럽 인구의 30%에 달하는 2,500만명이 희생되었으며, 1차 세계대전 직후(1918~1920년) 스페인 독감으로 2,500~5,000만명이 희생되었다. 최근에는 구제역, 조류독감 등으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몰살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1.1.3. 미생물의 특징
대부분 단세포(unicellular)로서 세포의 크기가 작다. 다세포(multicellular) 미생물의 경우 고등생물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기능적으로 잘 분화된 조직이나 기관이 없다. 다른 생물체에 비해 대사활동이 매우 높으며 크기가 작은 단세포 미생물에 있어서 세포의 표면적과 용적의 비(surface area-to-volume ratio)가 고등생물의 그것보다 더 크기 때문에 물질의 이동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세포의 크기가 작은 생물은 세포의 크기가 큰 생물보다 대사속도와 성장속도가 빠르다. 즉, 세포의 대사속도와 성장속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세포의 내부 및 외부로의 물질 이 속도는 세포의 크기와 반비례한다.
1.2. 우리 주변의 미생물
1.2.1. 피부의 천적 -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에크니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에크니(Propionibacterium acne)는 정상 피부 균총에 속하는 박테리아이지만, 모공이 막혀 피지가 쌓일 때 증식하여 여드름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이 박테리아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잘 찾아볼 수 없지만 사춘기 이후 청소년들에게 흔히 많이 나타난다.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에크니는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을 만들어 다른 유해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하는 유익균이지만, 동시에 여드름을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이 박테리아는 산소가 없는 곳에서만 살 수 있는 절대 혐기성 미생물로, 독일 과학자들이 완전히 해독한 여드름 주범의 유전체에는 2,333개의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 일부 유전자가 인간의 피부세포와 조직을 파괴하는 효소를 만들어낸다.
이 박테리아는 이러한 효소를 이용해 우리의 피부를 공격하고, 파괴된 피부 조직을 먹고 자라면서 모낭벽이나 모공 주위의 세포에 염증을 일으킨다. 또한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에크니가 만드는 단백질이 우리의 면역체계와 상호작용하여 여드름을 유발한다. 이 박테리아는 단간균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주로 모공 둘레나 모낭의 누두부에 서식한다.
이 박테리아는 pH 7의 중성 상태와 체온과 비슷한 37°C의 환경에서 가장 잘 살아가며, 피지의 주성분인 트리글리세라이드를 분해해 유리지방산으로 변화시킨다. 따라서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에크니는 피부의 천적으로 간주되며, 여드름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1.2.2. 비옥한 대지의 어머니 - 질소 고정 세균
질소 고정 세균은 대기 중의 질소를 화합물 형태로 전환시켜 식물에게 제공함으로써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세균은 주로 콩과 식물의 뿌리에 공생하며 질소를 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성된 질소 화합물이 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분이 된다.
질소는 단백질, DNA 등 생명체에 필수적인 원소이지만 대기 중의 질소 기체 형태로는 식물이나 동물이 직접 섭취할 수 없다. 따라서 토양 속에 질소 화합물 형태로 존재하거나 혹은 공기 중의 질소를 화합물로 전환시켜주는 질소 고정 미생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질소 고정 미생물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식물과의 공생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근류균(예: 리조비움)이고, 다른 하나는 토양 속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자유생활 질소 고정균(예: 아조토박터)이다. 특히 근류균은 콩과 식물의 뿌리혹에 집락을 이루며 그 곳에서 질소를 고정하여 식물에게 제공한다. 이처럼 근류균과 콩과 식물의 상호 공생 관계가 오랜 진화의 역사를 거치며 형성되어 왔다.
질소 고정 세균의 작용으로 인해 콩과 식물의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게 되고, 이는 다시 사료나 식용으로 이용되어 동물과 인간의 단백질 섭취에도 기여한다. 또한 질소 고정균이 생산한 질소 화합물이 토양에 공급되어 식물의 전반적인 생장에 도움을 주므로, 이들 미생물은 '비옥한 대지의 어머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대 농업에서는 화학비료를 통해 질소를 공급하고 있지만, 생태계 차원에서 볼 때 질소 고정 세균의 역할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구 규모에서 이루어지는 질소 고정의 대부분은 이들 미생물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질소 고정 세균은 지구 생태계의 질소 순환에 핵심적인 기여를 하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1.2.3. 반추동물의 놀라운 소화능력 - 박테로이데스 숙시노젠, 루미노코쿠스 알부스
반추동물은 풀이나 잎, 녹색 식물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스를 분해하는 부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에게 그것은 섬유소로 작용하여 장의 원활한 운동을 돕지만 영양학적 가치는 없다. 미생물의 도움이 없다면 반추동물 역시 인간처럼 셀룰로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반추동물이란 별도의 위장에 해당하는 혹위를 가지고 있는 동물을 말한다. 반추위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반추동물에게는 없어서 안 되는 아주 중요한 공생생물이다. 이 미생물에는 혐기성세균(anaerobic bacteria)과 원생동물(protozoa)이 주를 이룬다. 균류(菌類,fungi)도 소량 차지한다. 이것들은 거의 다 혹위에 산다. 그 중 세균들은 주로 섬유소나 다당류 등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생동물은 섬모충류가 주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