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구비문학의 이해
1.1. 바리데기 신화
바리데기 신화는 불라국의 오구대왕과 길대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딸 중 마지막으로 태어난 딸인 바리 공주의 이야기이다. 불라국의 오구대왕과 길대부인은 태평성대를 누리며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으나,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이 유일한 걱정이었다. 그러던 중 늦게나마 일곱 딸을 얻게 되지만,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오구대왕은 마지막 딸 바리를 버리고자 했다. 하지만 바리는 흰 새의 도움으로 살아남게 되고, 자신을 버린 부모를 구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겪으며 모험에 나선다. 끝내 바리는 서천약수를 구해와 아버지를 살리는 데 성공하며, 가족과 화해하게 된다.
바리데기 신화는 여성의 주체성과 능동적 행동을 강조하는 한편,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오구대왕은 자식이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딸을 내치는 가부장적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는 당시 존재했던 남성 중심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러나 바리 공주는 이러한 가부장적 억압을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아버지를 구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바리데기 신화는 여성의 주체성과 능력을 드러내며,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바리 공주가 남장을 하고 아버지를 구하러 떠나는 장면은 여성의 주체성이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현실을 반영한다. 즉, 바리 공주가 남성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는 것은 여성이 주체적인 존재로 인정받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바리데기 신화는 여성 억압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내포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편 바리데기 신화에는 불교의 영향도 나타난다. 바리 공주가 백일 기도 끝에 태어났다는 설정이나, 서천약수를 구해 아버지를 살리는 것 등은 불교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바리 공주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은 불교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바리데기 신화는 가부장제와 불교가 혼재된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요컨대 바리데기 신화는 여성의 주체성과 능동성을 강조하면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모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불교의 영향을 받아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바리 공주의 모습을 통해 당시 사회의 복잡한 양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1.2. 달래강 전설
달래강 전설은 충청북도 충주시 단월동/단월천/달천강이라는 지명으로 존재하는 전설이다. 이 전설은 오누이 사이의 성적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어느 깊은 산골에 부모도 없이 두 남매만 살고 있었다. 부모 없이 살아가며 남매는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고 산나물을 채집해 팔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어느 날 장에 가던 남매가 돌아오는 길에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났고, 불어난 달래강을 건너다 동생이 누이의 젖은 몸매를 보게 되면서 순간 음란한 생각이 들어 자신의 음경을 돌로 내리쳐 죽고 만다. 누이가 동생을 찾아 상황을 목격하고 슬피 울며 울부짖는다. 이후 그 강이 달래강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전설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와 사회의 엄격한 윤리 규범 사이의 충돌을 드러낸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근친상간은 전 세계 문화에서 금기시되는 관습이었지만, 달래강 전설은 그것이 실제로 상당히 만연했음을 시사한다. 정재서는 이 전설에서 자연적인 욕망과 인위적인 윤리 관습이 이원화되어 있으며, 그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달래강 전설은 사회학적, 민속학적, 윤리학적 측면에서 깊이 있게 연구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던 근친상간의 문제와 그것이 어떻게 윤리적 규범에 의해 억압되고 극복되어 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1.3. 사람이 되고픈 여우 민담
'사람이 되고픈 여우' 민담은 옛날부터 여우가 금방 묻힌 무덤에 송장을 뜯어 먹는다는 소문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여우들은 자신이 직접 굴을 파서 살지 않고 다른 동물들이 버린 굴이나 무덤가에 살았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사게 되었다. 어느 날 밤 어두운 오두막에서 묵고 있던 나그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치마 속에서 여우의 꼬리가 보이면서 그 여인이 실제로는 여우였음이 드러나게 된다.
이처럼 여우는 '전설의 고향'에 자주 등장하는 구미호의 이미지로 나타나며, 끊임없이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여우가 사람이 되기 위해 간을 탐하거나 구슬을 통해 변신하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는 설정으로 이 민담은 마무리된다.
이 민담은 여우라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여우의 습성이 잘못 이해되어 죽은 사람의 무덤을 판다는 등의 오해를 불러일으켰으며, 간사한 동물로 여겨지면서 그것이 여성성과 연결되어 여성을 천시하는 모티프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짐승과 인간 사이의 지점을 넘나들고자 하는 여우의 모습은 인간의 주변에 그러한 존재가 많았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인간은 여우를 확실한 경계 속에 밀어넣으려 했다는 점에서, 이 민담은 인간 중심적 사고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4. 구비문학의 특성
구비문학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구비문학은 말로 된 문학이다. 구비문학은 순수한 시간 예술로 말이 지닌 시간성을 고정시키지 않고 전승되기 때문에 원형의 보존이 불가능하며 변화적인 보존이 이루어진다. 즉,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구연되고 변화하며 전승된다.
둘째, 구비문학은 구연되는 문학이다. 구연 방식이나 구연 상황이 문학적 표현 목적에 맞게 조직되어 있다. 따라서 구비문학에서는 음성적 변화, 표정, 몸짓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셋째, 구비문학은 공동작의 문학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차츰 창작해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구비문학이 단순하며 보편적인 특성을 지니게 하는 요인이 된다.
넷째, 구비문학은 민중적이며 민족적 문학이다. 민족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학으로, 민중의 삶과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다섯째, 구비문학은 단순하며 보편적인 문학이다. 말로 된 공동작이 단순성을 가져오는데, 이때의 단순성은 소박 이상의 것으로 현실의 보편적 추상화라는 의의를 지닌다. 다만 판소리와 같은 경우 전문적 구연자에 의해 복잡성을 지니기도 한다.
이처럼 구비문학은 말로 된 문학, 구연되는 문학, 공동작의 문학, 민중적이고 민족적인 문학, 단순하며 보편적인 문학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1.5. 구비문학 갈래의 이해
구비문학 갈래의 이해"
구비문학은 말로 전승되어 온 문학 갈래들로, 서사, 서정, 극, 교술 등의 갈래를 포함한다. 구비문학은 작자가 명확하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구전을 통해 전승되어 왔기 때문에 변이가 심하며, 표현 양식이 다양하고 유동적이다.
구비문학의 주요 갈래로는 설화, 민요, 무가, 판소리, 민속극, 야담, 잡가, 속담, 수수께끼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말로 전달되는 문학이기 때문에 구연 상황과 청자의 반응에 따라 수시로 변화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하위 갈래들이 상호 중첩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설화는 구전을 통해 전승되는 이야기로, 신화, 전설, 민담 등의 하위 갈래를 포함한다. 신화는 신이나 초자연적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전설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민담은 일반 서민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이러한 설화들은 구술 전승 과정에서 다양한 변이를 겪으며 발전해왔다.
민요는 서민들의 삶과 정서를 반영하는 노래로, 농요, 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