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세기 대중사회를 예언한 문명비판서 <대중의 반역>의 스페인어 원본을 우리말로 처음 완역한 책이다. 스페인의 역사철학자 오르테가가 1929년부터 일간지 '태양'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엮은 것으로, 스페인 근대철학의 3대 명저로 꼽히는 세기적인 저작이다.이 책은 어디를 가나 군중들로 가득 차 있...
현대 대중은 과거 대중과 다른 성격을 보인다. 현대 대중은 매우 영리하며 다른 시대의 대중보다 지적능력도 더 뛰어나다. 현대의 대중은 이제까지의 대중과는 다르게 어떤 사안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과거 대중은 다른 사람들의 창조적 견해에 동조하는 데 그쳤지만 현대 대중은 자신만의 견해에 입각해서 판단하고 주장하고, 의견을 교류한다. 하지만 작가는 현대 대중의 견해는 진정한 견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대 대중은 지성의 폐쇄성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견해는 이성에 입각해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며 다른 사람의 견해가 더 타당하다면 수정도 서슴지 않는 공존의 장이다. 하지만 현대 대중의 견해는 타당한 근거 없이 주장만 하며 이를 강요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며 이는 오히려 진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즉, 대중은 간접행동보다는 ‘직접행동’이라는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폭력은 최후의 이성으로 취급되었으나 오늘날 직접행동에 폭력은 제일의, 유일한 이성이 되었다.
사회는 ‘선택된 소수’와 ‘대중’으로 구성된다. ‘선택된 소수’와 ‘대중’을 구분하는 기준은 사회 계급과 같이 물질적인 요소가 아닌 인간의 우수성이다. 대중은 평균인이다. 평균인인 대중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 불안해하고 불편함을 느낀다. 특정한 기준에 의해서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하는 대로 행동할 뿐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반면, 선택된 소수의 경우 이런 대중에 속하지 않은 개인들이 다수로부터 분리되기 위해서 모인 하나의 집단이다. 이 집단은 대중과 구분되는 독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 속한 개인들 역시 자기의 개성을 잃지 않는다. 오늘날 유럽 사회생활에 나타난 특징적인 현상은 이런 대중이 완전한 사회세력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과거 소수들의 분야였던 유희, 정치, 학문 등 보편적인 분야에 대중들이 대중이기를 포기하지 않은 채 참여하고자 한다. 대중이 소수의 자리를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의 반역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중이 어떻게 생겨났고 대중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의 1장이 대중의 출현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순서이다. 우선 대중의 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중과 군중의 차이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대중과 군중은 둘 다 사전적으로 ‘수많은 사람의 무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두 단어 사이에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군중은 그저 아무 공통점이나 연관 없이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대중은 조금 다르다. 대중은 공통적인 이익과 관심사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을 지칭한다. 즉, 현 세대의 모인 사람들은 군중이 아닌 대중으로 이 사회의 완전한 사회 세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과거에는 군중을 이룰 수 있는 개인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군중을 이루지 않고 소집단으로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어떤 규모 이상의 단체가 군중으로 지칭될 수 있는지 의문점이 생겼다. 작가는 본인의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군중과 소집단을 구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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