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화에 대한 고찰(천변풍경, 유년의 뜰)

소개

현대소설론 시간에 배운 초점화 이론을 실제 작품에 적용시켜 분석한 과제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들어가서..
- 사건들은 반드시 어떤 ‘시각’에 입각해 제시된다.
서술의 층위는 행위, 지각, 서술, 주제 이렇게 네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여기서 행위는 서사담화의 대리자-표현에서 가장 하위범주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과 관련성이 깊다. 그리고 지각은 인물을 포괄하는 범주에 속하는 초점자와 관련성이 깊다. 서술은 서술자, 주제는 내포작가와 연계시킬 수 있다.
필자는 이 텍스트에서 시각과 지각되는 것과의 관계를 다루고자 한다. 이것을 ‘초점화’라 일컫는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시점과 맥락 상통하는 ‘관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굳이 ‘초점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하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언급할 수 있다. 첫째, ‘관점’이라는 용어는 전통적인 서사 이론에서 보면 화자와 시각 둘 다를 지칭하고 있다. 둘째, 행동의 주체를 지시하는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은 별로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사진과 영화에서 가져온 개념인 ‘초점화’라는 기법적 용어를 통해 위에서 제시했던 두 가지 소설의 시점분석을 시도할 것이다.

「오빠의 매질은 무서웠다. 오빠는 작은 폭군이었다. 아버지가 떠난 이래 오빠는 은연중 가장의 위치로 부상했고, 더욱이 어머니가 읍내 밥집에 나가게 되면서부터, 그리고 수상쩍은 외박으로 우리에게서 비켜서고 있음을 시사하자 오빠는 암암리에 대행 가장의 위치를 수락하였음을, 공공연히 자행되는 매질로 나타냈다.
오빠는 자신이 가장임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어 언제나 침울하고 긴장으로 부자연스럽게 굳어 있었다. 그 긴장으로 억눌러져 자라지 못한 욕망, 자라지 못한 슬픔, 분노 따위는 엉뚱한 잔인성이나 폭력의 형태로 나타났다.
때문에 한없이 크고 당당해 보이는 체구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때로 내게 어린애처럼 연약해 보이고 불투명하고 애매해 보이기도 했다. 우리를 때릴 때조차 어쩔 줄 모르는 듯 보이기도 했다. 오빠 자신도 이 사실을 깨닫는 듯 걸핏하면 목덜미까지 시뻘겋게 붉혔다.」

유년의 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꼽은 일 순위가 바로 이 대목이다. 노랑눈이의 눈으로 본 가족의 모습, 그중에서도 오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줘 마치 눈앞에 생생히 떠오르는 듯하다.
위 인용문에서 파블라 층위의 행위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은 오빠이다. 그리고 행위의 주체인 오빠를 초점화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초점화자는 노랑눈이 이다. 노랑눈이는 스토리 내에서 인물에 속한다. 여기서 초점화자와 인물이 일치하기 때문에 노랑눈이는 다른 인물보다 기법 면에서 유리하다. 우리는 노랑눈이의 시각을 통해 보게 된다. 물론 우리는 노랑눈이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으로 와해된 ‘가족’이라는 끄나풀 끝에 매달린 소외되고 겉도는 인물인 노랑눈이의 시선을 빌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관찰함으로써 부재하는 부성과 어긋나는 모성, 그리고 그에 따라 대리 가장 행세를 하는 오빠의 폭력성으로 얼룩져 있는 상황을 초점화자와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노랑눈이는 오빠의 폭력성의 이면을 보면서 연민의 정서를 자아낸다. 이것은 객관적인 카메라의 눈 같은 시선이 아닌 인물의 주관적인 태도가 베여있는 시선이다. 자신이 가장임을 지나치게 의식한 “긴장으로 억눌려져 자라지 못한 욕망, 자라지 못한 슬픔, 분노 따위는 엉뚱한 잔인성이나 폭력의 형태”를 보이기는 하지만, “한없이 크고 당당해 보이는 체구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때로 내게 어린애처럼 연약해 보이고 불투명하고 애매해” 보인다는 대목에서 우리는 노랑눈이가 오빠라는 인물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는지 지각하고 교감할 수 있다. 이렇게 소설 속 인물의 시각을 통해 사건을 보게 되는 위 인용문 속의 노랑눈이같은 경우를 속박된 초점화자라 칭한다.

참고자료

· 유년의 뜰,천변풍경,서사란 무엇인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