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뽀이 경성[京城]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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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것은 온데 간데없고 외양만 남아 있는 듯한 모던 뽀이, 모던 껄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그들 자신부터가 스스로의 모습에 일치되는 삶을 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의미 없는 행위들에 힘써왔다는 것이다. 나라가 졸지에 식민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재산과 지위와, 남에게 과시할 옷을 사며 백화점으로 카페로 전차를 타고 다니는 것들이 그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주어진 환경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들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명한 의식을 갖고 사는 것…. 어쩌면 이 그림들을 그렸던 안석영씨가 그림 속의 하나하나의 불쌍한 삶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만문을 옮기는 과정에 있어서 현대말로 풀이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점이다. 만문에 있는 글을 그대로 하여 재미와 흥미, 궁금증을 이끄는 목적은 이해하겠지만 쓰이는 말들 중 현재와 다른 것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다. 현대어로 옮긴 글이 있었다면 책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한 이 책에는 1920 ～ 1930 년대의 대표적인 두 부류, 모던뽀이와 모던껄의 연애, 사랑, 결혼, 유행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영토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신, 의식을 버리고 외국 것이라면 우선 적으로 따랐던 이들을 통하여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의 앞부분을 보면 사각의 공간 안에 갓 쓰고 구두 신은 사람, 게다를 끌며 도포 자락 휘날리는 사람, 한복에 자전거 탄 사람들이 분주하게 걸어가는 모습의 그림들이 나온다. 전근대와 근대가 만나면서 찾아 온 가치관의 혼란과 사람들의 이중적 삶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아닌가 싶다. 현재 21세기라는 공간에 비추어 봤을 때 하루하루 바뀌어져 가는 상황 속에 적응해 나가고 적절하게 그 흐름에 따르는 생활이 우리 안에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로서의 우리 것을 지키고 그것을 발전시켜 나갔을 때, 우리의 정체성을 올바로 확립했을 때 세계의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저력을 일으켜 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