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은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라 일컬어지는 시인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전통 탐구에서 시작하여 자아에 대한 탐구, 역사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같이 다양한 그의 작품에 일관하는 시정신을 선비의식의 측면에서 고찰해 보는 작업 중 한 부분으로 그의 작품 중 초기의 작품 세계를 전통 탐구, 한시적 절제미, 동양화의 여백미의 측면에서 조명해 본다.
지훈은 지극히 어려운 식민지의 삶을 살아 내며 전통과 민족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우리다울 수 있음은 전통에의 회귀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는 그의 역사의식의 천착에서 얻어진 믿음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시대적 암울과 극한 상황에서 매우 힘겹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기 시세계에서 전통과 절제와 여백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한시의 전통을 계승하여 한시 창작의 역량을 현대시로 옮겼으며, 한시와 현대시를 병행하며 상보적인 발전을 꾀하고 전통적인 동양의 정서를 현대시의 정서로 승화 정착시키는 작업, 그리하여 한국의 민족 정서의 현대시적 서정을 정립시키는 성과를 남겼다.
1.서론
한국 문학을 우리 고유의 문학 이론으로 접근해야 함은 당위성을 넘어 이 시대의 과제이다. 문화의 차이나 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 서구의 이론을 무조건 대입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문예 이론으로 해독할 수 있는 우리의 시학을 오늘에 호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한다1)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우리의 이론, 동양의 고전적 경전에 근거한 동양의 사상적 기반 위에서 하나의 시학 이론을 구축해 보는 한 방법으로 조지훈 시와 선비 정신에 대해 고찰해 본다.
우리의 전통, 우리의 체질, 우리의 경험에 뿌리박아야 할 우리의 시를 너무나도 외래의 이론과 규준으로만 생각하려는 현실에서 우리의 전통을 재확인하고 비판적으로 재검토함으로써 한층 발랄한 새로운 전통으로 발전시키는 것, 이것이 주체성의 회복이2)라는 생각으로 우리 문학의 전통을 동양사상 특히 선비 정신에서 찾고자 한다.
지훈은 전통과 민족에 대해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신라 정신에서 새로운 한국을 인식했고, 천도교의 인내천 사상에서 우리의 인본주의를 믿었으며 선비 정신에서 삶의 기준을 삼을만한 기틀을 찾아냈다.
· 1) 정민, 『한시미학산책』(서울 : 솔, 1996), 490~493면.
· 2) 김종길,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고려대학교출판부, 1998), 18면.
· 3) 김종균, 『매천ㆍ만해ㆍ지훈의 시인의식』(서울 : 박영사, 1982), 196~250면.
· 4) 조지훈, “나의 시의 판력,”『청록집 이후』(서울 : 현암사, 1968), 348~351면.
· 5) 김동리, “삼가시와 자연의 발견,”『예술조선』(1948.4.10~8.25).
· 6) 박두진, “조지훈의 시세계”『사상계』.
· 7) “士農工商四民有業 學以居位日士 土植穀曰農 作巧成器曰工 通財 穀曰商”(『漢書』, 「食貨志」)
· 8) "古者學道之人名之曰士" (丁若鏞 『餘裕當全書』제1집 17권)
· 9) "一士讀書澤及四海功垂萬世 易日 見龍在田天下文明基謂讀書之士乎 (朴趾源ㆍ『嚥岩集』권10)
· 10) "至若搏通群聖人之書探색名理恥一物之不知如可謂之大儒" (李德懋, 『靑壯館全書』卷21)
· 11) "君子動則思예行則思義不爲利回不爲義구" (『春秋左氏傳』, 住所 권53)
· 12)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孔子, 『論語』)
· 13) 조지훈, 『趙芝薰 전집』3(서울 : 나남출판사, 1996), 208면. 이하 『전집』이라 함.
· 14) 조지훈, 위의 책, 201면.
· 15) 조지훈, 『전집』2, 193면.
· 16) 이후 조지훈 시의 인용은 가장 최근에 발행된 『조지훈 전집』1(서울 : 나남출판사, 1996)의 표기를 따른다. 전집의 표기에 있어 띄어쓰기는 旣刊 시집의 표기를 그대로 따랐고, 맞춤법은 현행원칙에 맞추었으며 발음이 달라지는 경우는 기간 시집에 그대로 따랐으며 가장 원본에 충실하므로 전집을 텍스트로 한다.
· 17) 조지훈, 『전집』 8, 427면.
· 18) 조지훈, 『전집』4, 277~281면.
· 19) 조지훈, 『전집』 2, 199면.
· 20) 조지훈, 『전집』 2, 49면.
· 21) 조지훈, 『전집』 8, 426면.
· 22) 『事文類聚』. 정민, 『한시 미학 산책』(서울 : 솔, 1996), 187면에서 재인용.
· 23) 조지훈, 『전집』 8, 426면.
· 24) 조지훈, 『전집』 2, 180~185면.
· 25) 조지훈, 『전집』 8, 425면.
· 26) 조지훈, 『전집』 3, 196면.
· 27) 신동욱, "조지훈 시에 나타난 저항의식," 金宗吉 外, 『趙芝薰연究』(高麗大學校出版部, 1978), 126면.
· 28) 이기서, "芝薰詩가 지닌 狀況의 意志化," 金宗吉 外, 앞의 책, 176면.
· 29) 조지훈, “나의 시의 편력,”『청록집 이후』(서울 : 현암사, 1968), 353면.
· 30) 정한모, “초기작품의 시세계,”김종길 외, 앞의 책, 24면.
· 31) 김종길, 『시와 시인들』(서울 : 민음사, 1997), 446면.
· 32) 조지훈, “서창집,”『전집』2, 200면.
· 33) 李東歡, 芝薰詩에 있어서의 漢詩傳統, 金宗吉 外, 앞의 책, 232~244면.
· 34) 김종균, 『매천ㆍ만해ㆍ지훈의 시인의식』(서울 : 박영사, 1985), 186면 참조.
· 35) 미발표 한시집 流水集은 표지에 『流水集ㆍ習作ㆍ庚辰--甲申ㆍ南里』에 밝혀져 있듯이 1940년에서 1994년에 쓰여진 습작집으로 원본은 분실되었고, 김종균은 필사본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후 최태호는 그 필사본을 근거로 논문을 썼다. 그런데<font color=aaaaff><font color=aaaaff>..</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