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독후감] 베르베르의 <나무>

소개

베르베르에 대한 일반적인 고찰이 있습니다.

목차

1. 열 여덟 가지의 상상, 짧은 호흡 긴 여운

2. 베르베르, 제3의 눈을 선사하다

본문내용

그의 소설은 시와 같다. 제목 '나무ꡑ처럼 뿌리는 하나이나 그 의미는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는다. 어떤 이는 <나무>를 통해 어린 시절 동화 속의 환상을 접하고, 어떤 이는 세상의 또 다른 이면과 조우한다. 그리하여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희극적인 동시에 비극적이며, 기발한 한편 지극히 일상적인, 아이러니의 집합체이다.
세상의 도식은 간단하지 않다. 베르베르는 그 복잡하고 미묘한 세상에 경쾌하게 다가선다. 엽기코드가 유행처럼 퍼져있지만 그의 상상력은 기발함의 상투성을 빗겨간다. 삶의 문제의식이 결여된 이야기는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의 글에는 진지한 반성과 삶에 대한 오랜 고민이 묻어난다. 이것이 그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가질 수 있는 까닭이다. 베르베르는 우리가 암흑 속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헤아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숫자들 중 불과 10 혹은 100, 기껏해야 100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을 헤아리고 있다는 오만, 읽을 수 없는 것을 읽어냈다는 착각은 타인에게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베르베르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이런 현실의 괴로움을 토로한다.
그는 개미의 시선으로, 쥐의 시선으로, 기계의 시선으로, 외계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끊임없이 뒤집어본다. 베르베르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의 시선을 빌려 이야기하는 것-인류에 대한 외래적 시선-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의 마르지 않는 원천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나ꡑ를 깨야만 하고 그것이 곧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라 말하고 있다. 그는 경쟁이나 결론이 아닌 조화와 순환을 강조하는 동양적 세계관의 침잔으로 독자의 손을 이끄는 재능과 깊이를 지녔다. 나를 탈피하면 나의 어리석음이 보이고 나의 어리석음을 내려놓으면 내가 찾아들 것이라는 그의 목소리가 기발한 상상의 외피를 쓰고 <나무>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촌철살인의 재주꾼이 앞으로 얼마나 더 완숙해질지 기대를 품어본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