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독후감]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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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수없이 다루어졌던 “제주 4·3”을 담은 내용이다. 대신 작가는 “사라진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에 부유하는 공기, 즉 설명되지 못한 고통의 결을 따라간다. 이야기는 주로 소설가 경하의 1 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어느 순간 카메라가 돌변하듯 인선, 그리고 4·3 생존자인 인선의 어머니의 목소리로 자연스레 겹쳐진다.
시점의 잦은 전환은 의도적 혼란이 아니라, 집단적 비극이 개인의 삶 곳곳에 침투해 경계조차 흐릿해지는 현상을 형식으로 재연한 장치다.

소설의 발단은 인선이 불현듯 잠적하면서 시작된다. 경하는 실종된 친구의 흔적을 좇아 제주로 내려가 인선의 어머니를 돌보고, 동시에 친구가 남긴 수십 상자의 필름과 노트, 인터뷰 녹취를 들여다본다. 그 자료들에는 4·3 당시 동굴과 숲, 바닷속에 숨었던 민간인들의 끊어진 증언, 매장되지 못한 시신의 기억, 아버지·언니·아들을 잃은 생존자들의 절규가 켜켜이 겹쳐 있다.
경하는 편집된 장면이 아니라 생의 원본을 마주한 듯한 불안 속에서,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쓰고, 무엇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를 끝없이 묻는다. 작가는 이 고민을 통해 ‘기록자’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윤리적 한계를 예리하게 드러낸다. 살아남은 자가 타인의 고통을 서사화할 때, 그것은 곧 상처를 다시 덧내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음을 경하는 뼈저리게 체험한다.

인선은 생존자들로부터 끝내 듣지 못한 단어들을 채우려다 자신의 언어를 소모해 버리고, 인선의 어머니는 치매의 언저리에서 당시 광경을 단어 대신 비명으로만 되풀이한다. 경하는 친구가 빠져버린 자리를 필사적으로 메우려 하지만, 남은 건 불완전한 대본과 잘린 필름뿐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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