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 캐스트 어웨이, 근대적 시간의 파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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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헨리의 이야기(Regarding Henry)>에서 성공한 변호사 헨리 터너(해리슨 포드)는 우발적인 사고로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아내 새라(아네트 베닝)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지만,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가족과 주변 인물들에게 냉혹했던 인간이었는가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 선한 자아가 사악한 자아와 싸워 결국 이긴다는 줄거리의 이 영화는 결국 종교적 내러티브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도 <헨리의 이야기>와 유사한 모티브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직업에 모든 것을 바치는 우편물 특급 배달 서비스 업체 매니저 척 놀란드(톰 행크스)도 사고를 당한 뒤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가 기대고 있는 지점은 신학적 알레고리라기보다는 '시간과 주체'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성찰이다. 헨리의 오른손에 성경책이 쥐어져 있다면, 놀란드의 손에는 녹슨 시계가 뎅그러니 놓여 있다. <캐스트 어웨이>는 '시계를 위한, 시계에 의한, 시계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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