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편집, 아오이가든을 통해 본 편혜영의 작품세계

소개

현대소설가인 편혜영의 작품세계를,그의 첫 작품집인 아오이가든을 중심으로 분석한 자료입니다.

목차

1. 그녀를 만나다
2. 시체의 출현
3. 도시 속 괴물
4. 나를 찾아서
5. 히치하이커를 위해

본문내용

대부분 편혜영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이 단편집 『아오이가든』을 통해서 일 것이다. 몇 페이지를 넘기고 작품을 먼저 읽기 전에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저 기괴한 인사말이다. 마치 작품을 시체가 읽어야 할 것 같은, 혹은 독자가 시체가 된 것 같은 말이다. 편혜영은 그녀의 첫 작품집에서 자신만의 색을 확실히 노출시킨다. 축축하고 끔찍하고 혐오스러우며 더러운 장면들이 바로 그것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편혜영의 작품 세계가 처음부터 그런 색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등단작인 「이슬 털기」는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편혜영의 첫 단편집 『아오이가든』에는 그녀의 등단작이 없다. 그녀가 소설가로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한 작품은 「이슬 털기」. 이 작품에서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문제, 다시 말해 탄생과 죽음의 문제가 보다 구체화 되어있다. 「이슬 털기」에는 끔찍한 시체나 구더기, 악취, 변해버린 도시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죽은 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씻김굿과 그것이 진행되는 것과 함께 임신 중인 화자가 진통을 느끼다 결국 굿의 마지막에 이르러 아이를 낳는 상황이 벌어진다. 만삭인 임산부가 죽은 자의 영혼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굿에 갔다는 내용 자체가 평범하지는 않지만 『아오이가든』에서 보이는 끔찍함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씻김과 함께 새로운 생명이 탄생해서 일까, 「이슬 털기」에서 죽음은 또 다른 탄생으로 비춰진다. 한 사람이 편안히 저승길로 떠나고 그와 동시에 막 아기가 태어난다. 죽음과 탄생이 한 자리에 일어나는 이 상황. 마치 죽음이 없었다면 그 탄생도 없었을 것만 같은, 또한 탄생이 없었다면 죽음 역시 없을 것만 같은 상황이 무녀의 굿과 어울려 아이러니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전혀 상반된 개념의 공존. 기이하다. 아니, 정말 기이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사실, 생명이 탄생하지 않고는 죽음은 있을 수 없다. 죽음은 우리에게 생명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며 진리이다.

참고자료

· 『2000년도 신춘문예 당선 소설 작품집』, 프레스21, 2000.
· 『아오이가든』, 편혜영, 문학과 지성사, 2005.
· 『현대문학』544, 2000년 4월호.
· <편혜영의 첫소설집 ‘아오이’>, 이순녀 기자, 서울신문, 2005. 8. 5.
· 『문학동네』 50호, 2007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