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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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년 동안 정들었던 학교를 휴학하던 그날. 한 동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 있었다. 조금은 허탈한 마음이 되어 술을 마시던 중 옆에 있던 그에게 “나 오늘 휴학했다”하고 한마디 툭 내뱉었다. 어쩌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동기이며 친구인 그가 나의 그 한마디에 서로의 우정을 확인해 주는 몇 마디 말을 해줄 것 같았다. “응, 그래…….” 그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또는 군대 가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듯 몇 번 고개를 움직인 이외엔 별 반응이 없었다. 그 때의 우울한 마음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중 략>

지루한 유월은 가고 있었다. 서서히 학교 가기가 싫어지면서 수업 들으러 가기도 싫고 술 마시기도 싫고 그렇게도 좋은 동기들도 서서히 보기 싫어지고, 내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들이 떠나지 않던 시간들. 그 때 집은, 그리고 내방은 최고의 낙원이었다. 책 읽고 글 쓴다는 명목으로 낙서하고 쓸데없는 생각하던, 그러한 내방은 도피처였다. 학회일 열심히 하는 동기들에게 미안해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동기들을 부러워하면서 집으로의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 날은 집으로 바로 가기가 싫었다. 그래서 혼자서 쪼그리고 앉아 영화를 보았고 영화관 앞에서 탄 버스가 학교 중문 근처를 지나칠 때, 바로 그 때 난 또 그를 보았다.

<중 략>

여름방학은 의외로 빨리 왔고 빨리 갔다. 1학기 기말고사 본 게 엊그제 같았는데 방학은 끝나 있었다. 몇 번 학교에 갔었던 기억 컴퓨터에 앉아서 키보드 두드리며 쓰잘때기 없는 짓 했던 기억. 재미없었던 아르바이트 기억 . 그리고 그와 함께 목소리를 높이며 했던 언쟁들의 기억.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었다. “난 10월이 고비야. 낙엽을 보니까 더 싱숭생숭해져 아 ! 작년 10월14일 이던가.”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