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감상)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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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입으로 죄를 지으며 산목숨에 꿈을 키우며 살아왔다는 이선영. 포도씨는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다 라고 하는 그녀의 시집을 찬찬히 들여다보자면 인간의 삶이, 여자의 인생이, 시인의 일생이 가득 메워져 있다. 삶을. 죽음을. 인생의. 그 허무함과 부질없음을. 세상의 추악함을. 자신의 무능과 나약함을 일상의 모든 것을 통해 드러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시간 가량 즐기고 넘겼을 영화에서, 그림에서, 동식물에게서 시를 발견하고, 길가에 구르는 배춧잎도, 뉴스에 나오는 세상의 추악함도, 딸아이의 엉덩이와 초경조차도 그녀의 시가 되었다.

잰걸음이 아니라서 헛걸음을 걷지 못하는
넓은 모래사장에 사념의 커다란 발자국을 무겁게 내리 찍어야 하는,

거북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는 그녀는 때로 자신이, 겨울이 지나도 날아가지 않고 남아있는 손쉽게 길들여진 집오리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곤 한다 고 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시집 곳곳에서 등장하는 영화 제목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영화적 삶이란 때로 아웃싸이더들의 특권일 뿐’ 이라는 <말죽거리 잔혹사>
‘어른들에겐 시가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판의 미로>
그리고...
‘욕망은 짧은 한때이지만
속죄와 참회의 날은 길고
욕망은 빛나는 한때이지만
늙고 시듦엔 해 뜨는 아침과 저무는 저녁이 다 한가지이니
어느 쪽을 택하랴,‘
한때의 욕망과 긴 인생에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색계>
외에도 영화 ‘연인’을 풀어 낸 <도망가는 연인> 도 있었고,
목련 꽃 지는 잔인한 4월을 ‘인어공주’로 비유하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와 닿았던 시가 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