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고 싶은 구미호, 과연 여우라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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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어렸던 때의 한 여름을 유독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낸 기억이 많다. 낮에 한참을 뛰어 놀다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대나무자리가 깔린 시원한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할머니와 함께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런 밤에는 어찌나 잠이 안 오던지! 어린 나는 눈이 말똥말똥 해진 채로 할머니 옆에 딱 달라붙어 무서운 이야기를 해 달라 조르고, 그러면 할머니께서는 졸린 눈을 부비시며 옛날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곤 하셨다. 그 수많은 이야기 속에 가장 자주 등장했던 것은 단연코 호랑이였지만 내가 듣기를 가장 즐겨 했던 것은 여우의 이야기였다. 꼬리가 여러 개 달린 여우가 공중제비를 넘으면 굉장히 아리따운 여자로 변신하고, 어두운 밤에 산길을 헤매는 젊은 남자를 꼬여내어 간을 빼먹는다는 이야기는 호랑이가 사람에게 달려드는 이야기보다 훨씬 무섭고 흥미진진했다. 여우가 간 100개를 먹어야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잔뜩 긴장한 채로 숨죽이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지막에 할머니의 여우는 항상 99개째에서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죽임을 당하곤 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