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슬라프 페키치의 『기적의 시대』를 읽고

소개

페키치(Borislav Pekić)의

목차

들어가며

1 필연의 세계가 주는 안락함과 피곤함

2 우연의 즐거움과 고통

3 마무리

본문내용

필연의 세계는 안락하다. 절대 바람피우지 않고 주식으로 돈을 날리지도 않으며, 나만 사랑하고 유일하게 나를 놀라게 하는 건 즐거운 서프라이즈 이벤트뿐인 남편과 같다.3) 절대 한 치의 실망도 없는 세계가 곧 필연의 세계다. 약속과 전통이 반드시 지켜지는 세계, 이 얼마나 안락한가. 불안함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또한 이미 약속되어 있는 일일 뿐이다. 절대성이 부여한 필연의 가이드라인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따라서 약속(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 무사하다. 또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하면 될 뿐이다.
신은 내게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시련을 준다. 따라서 어떤 고통이 있더라도 다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한 크기와 중량이다. 때로 어떤 임무(Mission)가 무겁게 느껴지거나 크게 보이더라도 그건 당장의 문제일 뿐이다. 고통과 시련의 때를 잘 극복하면 설탕처럼 달콤하고 안락한 ‘슈가캔디 마운틴’4)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고 때로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느껴진다면, 때로 나 자신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면 그건 당신의 믿음이 얄팍하고 부족한 탓이다. 필연의 세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면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운 그분의 사랑이 그대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필연의 세계는 이미 대부분의 체계가 정해져 있는 이유로 전복(혹은 변화)을 용서치 않는다. 이러한 필연의 세계는 마치 현대의 공무원 같다. 매뉴얼(manual)에서 벗어나는 일은 조직을 배반하는 일이다.5) 확장되지 않은 경험에 따라 태양은 여전히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면서 지구를 돌고, 지구는 평편하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러한 필연의 세계에 묶여 있다. 필연의 세계는 마치 우리의 습관처럼 쉽게 떨쳐낼 수도 없고 고치기도 힘들다. 필연의 세계를 부정하는 순간 얼마나 많은 불편함이 뒤따를 것인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필연의 세계가 주는 안락함 때문에 그 불편함을 애써 외면하거나 합리화한다. 필연의 세계가 주는 불편함 중에 하나인 잔인함마저 합리화한다.
때로 역사적 상황에 비춰보면 필연의 세계가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기적의 시대??에서는 페키치가 ‘유다’가 자신과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하는 예수를 배반하고, 예수의 죽음을 그리는 상황이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유다에게 있어 필연의 문제다. 유다는 말씀(필연)에 따랐을 뿐이다.6) 예수가 십자가에 못이 박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잔인함은 별개의 문제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