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블랙버드]를 보고...

목차

* 15년 만에 만난 남과 여, 그들의 엇갈린 기억 속으로.
* 두 인물의 동상이몽(同床異夢) 속 대화
* 끝나기 전 10분에 일어나는 반전
* blackbird 의 뜻

본문내용

연극을 본다는 것은 영화를 본다는 것과는 달리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영화는 잘 편집된 이미지의 나열을 통해 영상 속의 상황이 현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안겨주는데 비해, 연극은 말 그대로 관객 앞의 무대에서 배우가 직접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어서 ‘날 것’ 그대로의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나 잘 만들어진 연극은 이 세상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어서 지루한 일상으로 인해 둔해진 우리들의 감각을 다시 일깨우고 진지한 성찰을 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극 ‘블랙버드’는 아주 잘 만들어진 연극으로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주며, 동시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 15년 만에 만난 남과 여, 그들의 엇갈린 기억 속으로.

극의 시작은 한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한다. 사무실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듯 온갖 쓰레기로 어질러져 있다. 중년 남자 레이(現 55세)는 15년 전, 레이라는 12세 소녀와의 관계 때문에 ‘아동강간범’으로 몰려 감옥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때, 변호사는 그에게 어린 시절 성적학대의 경험 때문에 이렇게 ‘소아성애자’가 된 것이고, 그러므로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자고 제안하지만 그는 자신은 변태성욕자가 아니라며 그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이제 그때의 기억들을 모조리 봉인한 채 ‘피터’ 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이제 27세의 성인이 된 우나가 갑작스레 찾아온다. 그에게 그녀의 방문은 봉인해 두었던 어두운 과거의 방문이자, 동시에 현재 그의 모습을 부정하고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의 방문이다.

15년! 이 긴 시간이 흐른 뒤 우나가 갑작스레 레이를 방문한 까닭은 무엇일까?

우나는 이름마저 ‘피터’라고 바꾸고 새 삶을 사는 레이와는 달리 15년 전의 그 사건의 그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때 당시,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은 법정에서 ‘변태성욕자’로 판결을 받고, 그녀의 담당 정신과 의사는 그녀가 너무 어린 나머지 어른의 못된 거짓말에 속아 성적 노리개로 이용당했을 뿐이라고 말 해준다. 그래서 그녀는 레이를 진정으로 미워 할 수 있게 될 때 자신에게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라 믿으며 애써 레이를 증오하고 저주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은 곧 12세 소녀, 우나가 지녔던 소중한 감정과 레이와의 행복한 경험을 모조리 부정하는 일이었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곧 그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새 삶을 살지 못하고 과거의 그늘 속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의 피터를 만남으로써 과거의 사실을 확인해 보려 한다. 하지만 곧 그 시도는 헛된 것임을 알게 된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