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5시경에 찾아오겠다는 전화를 받고 긴은, <일년 만이군요. 벌써 그렇게 됐네요.> 하며 새삼스런 기분으로 전화를 끊었다. 시계를 보니 5시까지는 아직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우선 그 사이에 무엇보다도 목욕을 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하녀에게 평소보다 조금 이른 저녁 준비를 당부해 놓은 뒤 서둘러 목욕을 했다. 헤어지던 때보다 좀더 젊게 보여야만 했다. 자신이 늙었다고 느끼게 하는 건 패배라고 생각한 긴은 천천히 탕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냉장고의 얼음을 잘게 깨서 가제에 이중으로 싼 뒤 거울 앞에 서서 10여 분 정도 골고루 마사지를 했다. 피부 감각이 무뎌질 정도로 얼굴이 빨갛게 마비되어 갔다. 쉰 여섯이라는 여자의 나이가 묘한 기분을 자아내기는 했지만, 긴은 여자 나이 따위는 오랜 세월의 경륜으로 어떻게든 감출 수 있다는 비장함으로 소중히 간직해 온 외제 크림을 발라 차가워진 얼굴을 닦아 냈다. 거울 안에는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여인의 늙은 얼굴이 눈을 동그랗게 뜬 태 바라보고 있었다. 화장을 하던 그녀는 문득 자신의 얼굴에 싫증이 났다. 그러나 그 옛날 그림 엽서에까지 실렸던 곱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라, 긴은 무릎까지 내려온 가운을 걷어 올리며 허벅지 살을 들여다보았다. 탄력 있고 풍성했던 다리에는 가느다란 모세 혈관이 드러나 있었다. 단지 그렇게 심할 정도로 살이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아직도 허벅지는 딱 맞붙어 있었다. 긴은 욕탕에 들어가면 으레 다리를 똑바로 쭉 뻗고 허벅다리의 움푹 파인 곳에 따뜻한 물을 부으며 쳐다보는 것이 버릇이었다. 따스한 물은 두 허벅다리가 만든 도랑에 가만히 고여 있었다. 안도의 한숨 속에 느껴지는 편안함이 늙어 가는 긴의 마음을 다소나마 위로해 주었다. 아직 남자를 가질 수 있다. 그것만이 인생의 위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은 가랑이를 벌리고 남의 것인 양 사타구니를 살짝 어루만져 본다. 매끈매끈한 기름과 잘 어우러지는 녹피(鹿皮)처럼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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