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아롱대는 봄 들이다. 황토색 논과 밭은 또 한 해의 농사를 위해 일제히 갈아엎어져 있고, 곳곳의 틈바귀마다에는 스스로 아름다운 봄꽃들이 자랑처럼 고개를 꼿꼿이 들고 서 있다. 팔뚝을 걷어부치거나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들판 이곳저곳에서 허리를 굽힌 채 일에 열중이고, 널찍한 들길로는 트랙터며 트럭이 오고 간다. 이 분주하고도 평화로운 풍경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으며 선회한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사면 북성리 758 OP(관측소)에 설치된 망원경에 잡힌 이 광경은 임진강과 합수해 서해로 흘러드는 폭 2㎞의 한강 하구 너머로 보이는 개성직할시 개풍군 광덕
면 일대의 것이다. 발돋움하고 손을 내밀면 그만 손끝에 잡힐 것처럼이나 가깝게 보이는 이 한 폭 풍경화는 그러나 인간의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아득한 분단의 강물 너머에서 꺼질
듯 가물대고 있다. 첫눈에 평화와 풍요의 훈김을 내뿜던 그 풍경은 그곳이 북한 땅이라는 인식이 개입하자 기아와 폭동 따위 살벌한 단어들로 덧씌워지고 만다. 변변한 나무 한 그루
없이 헐벗은 야산들과 `주체조선' `반미' 등의 구호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한반도적 초현실성으로 무장한 이 모든 풍경에 눈을 주던 작가 박완서(65)씨는 “반세기 동안이나 가지
못한 고향땅이 이토록 지척에 보인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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