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 연구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문학연구학회
· 수록지 정보 : 현대문학의 연구 / 22호 / 390 ~ 422페이지
· 저자명 : 이영섭

초록

김춘수의 시는 심미적 존재성으로 현실과 우회적 대결을 고수하면서, 참여와 순수의 대립구도로 전개된 한국 현대시의 흐름 속에서 순수성을 일관되게 지향해온 시의 궤적을 뚜렷이 남겨 놓았다. 그는 1960년대 후기부터 물리적 세계와 사회 현실에 대한 감시와 저항을 잃고, 역사에 대한 회의가 생기면서 이기적이고, 도피적인 또는 방관자적인, 무관심적인 방향으로 현저히 기울어져 갔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그는 그 이유를 성장기에 겪은 피해의식에서 찾았다. 그는 역사가 어떻게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짓밟아버리는 지를 통절히 인식했으며, 역사의 악한 의지를 경험한 그는 역사를 부정하게 되고, 그의 시에서 일체의 관념과 설명을 배제하고, 이미지마저 배제하는 시행위의 궤적을 그리고자했다. 그는 심미적 합리성을 통해 사물 관계의 근원적 동일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예술적 신념을 추구했다.
그는 한국 서사시의 초월적 인물인 처용을 통해 전통적 정서와 감각을 서구의 현대적 감수성과 교직해 내었으며, 처용의 극기와 관용은 그가 심미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근원적 동일성의 원형에 가장 잘 부합했다. 그러나 그이 무의미시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으로 고립되었기 때문에 이론과 실제 사이의 간극이 자주 발생하였다. 그는 의미와 무의미가 적응과 초극의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절대적 현존을 구성하는 역동적인 혼융의 과정을 외면했다.
후기로 갈수록 그의 시는 보다 다성적인 실험 의식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시적 긴장감이 이완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 까닭은 미적 아우라를 미적인 관념으로 대체하려는 그의 관습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역사와 현실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그의 신화적 사유의 태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