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頓悟)의 의미 지평 － 돈오의 두 시원(始原)을 중심으로 －

서지정보

· 발행기관 : 새한철학회
· 수록지 정보 : 철학논총 / 3권 / 49호 / 189 ~ 210페이지
· 저자명 : 박태원

초록

선종의 돈오 사상은 그 시원을 팔정도의 정견과 정념에서 확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돈오 사상은 팔정도 정견과 정념을 연원으로 하여 형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돈오 사상은 정견과 정념의 두 축을 시원으로 삼기 때문에, 돈오의 지평 역시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정견적 돈오 지평이고, 다른 하나는 정념적 돈오 지평이다. 정견적 돈오는, 존재에 대한 실체적 오해에 근거한 관점의 지평을 무실체적 정해(正解)에 의거하는 새로운 관점의 지평으로 옮아가는 단절적 전이(轉移)이다. 그리고 정념적 돈오는, ‘무명이 주도하는 세계 왜곡과 오염의 인식 체계와 계열 안에서 작동하던 마음’을, 그 무명분별(無明分別; 무지와 오해의 개념적 확산)의 범주/계열/지평에 휘말려들지 않고 멈추어 서서 그저 보는, 휘말리는 않는 자리에 지켜 서서 보는, 무명분별 계열과 거리 두는 전혀 다른 마음 국면에 눈떠 그 마음 국면을 수립해 가는 단절적 지평 이전이다. 대승기신론 언어로는, 심생멸문(心生滅門; 마음이 무명 분별에 의해 존재를 왜곡적으로 구성해 가는 계열/지평) 문안으로부터 문밖으로 나오는, 문(門; 계열/지평) 안팎을 달리하는 자리 옮김이다.
그런데 실제 수행 영역에 있어서는 이 두 돈오 지평이 별개의 것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결합되어 있다. 정견적 돈오는 정념의 목표와 전망을 제공하는 동시에 정념의 내용으로 통합되며, 정념적 돈오는 정견적 돈오의 안내로 출발하여 지적(知的)/해오(解悟)적 정견을, ‘있는 그대로’를 직접 고스란히 보고 그 봄과 삶이 하나로 되는 여실지견(如實知見)적/증오(證悟)적 정견으로 완성시킨다.
돈오의 시원을 이처럼 정견과 정념에서 찾고, 그리하여 돈오의 유형을 정견적 돈오와 정념적 돈오로 구분하여 이해하면, 티베트 돈점 논쟁․선종 내부의 다양한 돈점론․지눌의 돈오점수 및 그의 사상 체계에서의 돈오점수와 간화선 사상의 혼재 문제․성철의 간화선적 돈오 견성론과 돈오점수 비판 등, 돈오 사상 및 돈점론을 둘러싼 기존의 논의들을 명료하게 혹은 새롭게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