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도시의 특성과 문제
1.1. 보도의 효용
1.1.1. 안전
도시의 보도는 도시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는 도시의 안전이 경찰의 역할이나 계획된 치안이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 만들고 집행하는 얽히고 설킨, 거의 무의식적인 자발적 통제와 규범의 망에 의해" 일차적으로 지켜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핵심에 도시의 보도가 있다. 보도를 다니는 낯선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안전의 자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보도를 통한 안전 확보를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 사이의 분명한 경계선이 존재해야 한다. 공적 공간을 사적 공간처럼 인공적으로/배제적으로 관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공적인 공공장소로서의 거리를 확보하여 누구나, 낯선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눈이 있어야 한다. 공권력이나 사설 경비원을 통한 치안유지가 아니라 거리를 다니는 낯선 사람들에 의한 '감시와 상호감독'이 이루어진다. 이는 서로가 서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북적이는 사람들에게 서로를 '간섭'할 여지와 가능성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셋째, 보도에는 이용자들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시끌벅적한 거리는, 그만큼 아침부터 밤까지 안전한 거리이다. 즉 어떤 거리를 안전하게 만들려면 밝은 조명을 설치하는 것 이상으로 그 거리에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술집이 있어 사람들이 계속 오고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도시의 안전은 경찰이나 계획된 치안이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 만들고 집행하는 얽히고 설킨, 거의 무의식적인 자발적 통제와 규범의 망"에 의해 지켜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공공장소로서의 보도가 있다. 보도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람들 간의 자연스러운 감시와 상호작용이 도시의 안전을 지켜낸다는 것이다.
1.1.2. 접촉
도시인들은 과도한 접촉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한편, 옆집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시골의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낯선 이들과의 우발적인 접촉을 통해 도시의 활력이 생성된다. 공적 정체성과 공적 존중, 신뢰의 망은 슈퍼 종업원의 조언, 빵집 아저씨와의 간단한 인사, 아이들에 대한 잔소리 등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 이는 제도로 만들어질 수 없으며 사적인 헌신을 함축하지 않는다. 좋은 거리는 사생활에 대한 결정과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 사이의 균형을 이루며, 이는 의도적이지 않고 무심코 하는 실천 속에서 가능하다. 도시계획 이론의 오랜 이상인 "공생togetherness"은 오히려 도시 사람들을 서로 갈라놓는다. 공적 세계와 사생활 사이의 선에서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보도에서 가능하며, 이런 보도 생활이 없다면 사람들은 이웃과 접촉을 얻기 위해 사적인 생활을 확대하거나 접촉 없는 삶을 감수해야 한다.""
1.1.3. 어린이들의 동화
불량한 아이들이 모이고, 아동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거리가 아니라 다름아닌 거리에서 떨어진 공원과 놀이터이다. 불량한 아이들이 어린 아이들을 덮칠 때, 오랜 구시가지를 가로지를 수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안전하지만 공원이나 놀이터를 가로질러야 할 땐 거의 대부분 잡히고 만다. '보호를 위한 안뜰'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활기찬 보도는 특화되지 않는 놀이들을 발견하게 한다. 아이들은 아무런 '놀이기구'가 없는 보도의 틈새에서 비밀기지를 만들고 새로운 놀이감을 발견한다. 하지만 도시계획자들은 스케이트장, 수영장, 보드장 등 특화된 놀이만이 '인정받을 수 있는 놀이'일 것이라고 믿고, 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거리에서 불량하게 어슬렁거리며 야단법석을 피우는 아이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도시 보도의 평범한 어른들을 통해 성공적인 도시 생활의 기본 원리를 배운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도시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에 책임을 맞게 되는 교훈을 터득한다.
1.2. 근린공원의 효용
근린공원은 도시 공간에 녹지를 제공하고 주민들의 여가 활동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효용이 있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저자는 근린공원이 단순히 녹지 공간이나 여가 공간으로서의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생기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근린공원은 주변의 용도 혼합 정도, 건물의 밀도, 자연스러운 보행 동선 등에 따라 그 활력이 달라진다. 다양한 용도의 건물들이 공원 주변에 배치되어 있을수록,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사람들이 공원을 이용하게 된다. 반면 주거 밀도가 낮거나 사무직 노동자만이 종사하는 상업 시설 근처의 공원은 오전과 대부분의 낮, 저녁 시간에 걸쳐 한적한 공백지대가 된다.
특히 저자는 근린공원을 활기차게 만드는 이용자들은 부랑자가 아닌 "좋은 하층계급"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공원을 하루 종일 파티 장소나 토론 장소로 활용하며, 공원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따라서 근린공원의 성공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설의 우수성이나 주변 환경의 쾌적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원을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다양성과 활동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근린공원이 "복잡성, 집중, 햇볕, 울타리"라는 네 가지 요소를 갖출 때 가장 활기차고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복잡성은 다양한 용도와 활동이 공존하는 것을, 집중은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공간적 요소를, 햇볕은 그늘이 아닌 밝은 공간을, 울타리는 공원을 둘러싼 경계부를 의미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히 갖춰져 있을 때, 근린공원은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긴밀히 연계되어 활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근린공원의 효용은 단순히 녹지 공간이나 여가 공간의 제공을 넘어서, 지역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그 활력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볼 수 있다. 도시 계획 및 설계 과정에서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1.3. 도시 근린의 효용
도시 근린의 효용은 계획된 물리적 시설이나 규범적 주민 수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화된 자치가 가능할 때 발휘된다. 도시의 다양성과 활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웃 간 신뢰와 소통이 핵심이며,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을 통해 형성된다.
지역사회의 자치력은 도시 근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데 필수적이다. 물리적 환경이나 인구 구성, 또는 시설물의 수준만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