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생명과 윤리
1.1. 임신중절에 대한 법적, 윤리적 기준
'임신중절'은 '임신을 인공적으로 종결시키는 행위'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낙태죄'를 정하여 인위적인 임신중절을 금지하였다. 하지만 임신중절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고, 수정된 법안이 발의되지 않아 2021년 낙태죄는 폐지되었다. 이후, 명확한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가 2022년 1월부터 뚜렷한 사유 없이 임산부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시기를 임신 14주내로 한정하였으며, 모자보건법 14조에 의거하여 24주 미만의 임신기간 내에 합법적으로 임신중절이 가능하게 되었다. 모자보건법 14조에는 임산부나 그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임신, 혼인할 수 없는 혈족 간의 임신, 임신의 지속이 임산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신중절이 합법적으로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법적인 기준에서의 임신중절은 이렇듯 임산부의 의사를 존중하고 특정 사례에 해당하는임신중절을 인정하고 있지만, 윤리적인 측면에서 임신중절은 법적인 것과는 다른 기준을 가진다. '윤리는 법으로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도리를 지키고 이치에 따르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윤리적 기준에서 생명은 존귀한것으로 함부로 해칠 수 없으므로 임신중절은 절대 행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태아 역시 인간이라는 기본 가정에 따라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태아를 인간으로 인정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논쟁으로 남아 있다. 이에 보수주의적 입장에서는 태아가 잠재적인간 존재로서 생명을 보호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다른 윤리적 기준에서의 임신중절은 임산부가 출산후 아이를 충분히 잘 책임지고 돌볼 수 있는지 도덕적 심각성을 인식해야 함을 강조한다. 임산부와 태아의 삶이 계속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생명권을 지키는 것을 강조함과 함께 책임의 윤리를 함께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1.2. 임신중절에 대한 입장
1.2.1. 공리주의적 입장
공리주의는 인간의 이익과 행복에 이바지하는 것이 옳은 것이며, 최대다수가 최대의 행복을 느끼는 것이 최선임을 강조한다. 공리주의에서 인간은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주어진 상황에서 가능한 선택 중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큰 행복과 이익을 줄 수 있는 선택이 윤리적으로 옳은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공리주의 입장에서 임신중절은 그 자체의 옳고 그름보다 임신중절이라는 행위를 실행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발생할 행복 또는 불행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임신중절을 하는 것이 임산부만 행복해지는 일일 뿐 주변 사람들 모두가 불행해지는 일이라면 임신중절이 잘못된 선택이지만, 반대로 임신중절을 하는 것이 임산부만 불행하게 할뿐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면 임신중절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즉, 공리주의 관점에서 임신중절에 대한 선택이 도덕적으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그 선택이 욕구 만족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공리주의는 생명에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이 존재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에 의거하여 상대적인 가치를 매긴다. 공리주의는 효용의 원리 적용에 따라 행위 공리주의와 규칙 공리주의, 선호 공리주의로 나눌 수 있다. 행위공리주의는 옳을 행위의 판별을 위해 효용의 원리를 각 행위에 직접 적용시키며, 규칙 공리주의는 도덕 규칙에 먼저 효용의 원리를 적용시킨 후 이를 각 행위에 적용한다. 선호 공리주의는 개인적 선호도나 사회적 선호도에 따라 행위의 옳고 그름 기준이 달라진다.
이렇듯 공리주의는 어떤 기준에 맞추어 효용성을 판단할 것인지에 따라 임신중절이라는 같은 행위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1.2.2. 의무론적 입장
의무론적 입장은 도덕적 행동의 결과보다 행동 자체의 옳고 그름과 규칙에 따라 판단하는 규범적 윤리 이론이다. 의무론의 대표적 철학자인 칸트는 인간을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정의하면서, 인간의 자율성이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행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공리주의와 대조적으로 의무론은 비결과주의를 대표한다. 그러므로 의무론에서 생명을 논할 때 이는 위협을 받는 당사자의 권리가 중점이 된다. 이는 임신중절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태아가 가지고 있는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와 '생명 구조의 도움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고민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을 때, 의무론은 살인이라는 결과보다 살인을 유발한 원인에 더 집중한다. 어떠한 원인에서든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살인은 의무와 도덕법칙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용납되지 않는 행위이며, 태아의 처지에서 자신을 살해하는 임신중절 역시 타인의 죽음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에 반하는 행동이므로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즉, 의무론적 입장에서 임신중절은 생명존중이라는 인간의 도덕적 동기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옳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1.3. 임신중절에 관한 자신의 입장
1.3.1. 개인으로서의 입장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