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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징폭력과 문화재생산
1.1. 상징폭력이란 무엇인가
상징폭력이란 지배관계를 유지할 목적의 어떤 객관화된 제도도 존재하지 않는 카빌리아와 같은 유형의 사회와 객관화된 제도가 존재하는 유형의 사회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자의 경우 지배관계는 끊임없이 갱신되어야 하는 전략들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행위자들이 노동 혹은 존경을 안정적이고도 매개적인 방식으로 전유할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본적인" 형태 속에서 지배가 작동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배관계를 매혹적인 관계로 포장해서 은폐함으로써 그 진정한 본질이 드러나 희생자들로부터 격렬한 반항을 불러일으키거나 그들이 도망가도록 함으로써 지배 자체가 붕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카빌 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될 수 있는 지배양식은 노골적인 폭력이 아니라 상징폭력이며, 그것은 피 지배자들이 "점잖고 비 가시적인 형태의 폭력이라고 오인하고 있는 것"이자, "복종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신뢰와 개인적 충성, 환대, 선물, 채무, 인정, 경건의 폭력, 한마디로 말해 체면 윤리(Ethics of hornor)에서 존중되는 모든 덕목들의 폭력인 것이다.
1.2. 언어와 권력의 문제
언어와 권력의 문제는 삐에르 부르디외의 저작에서 핵심적인 주제 중 하나이다. 언어 형식주의와 사회학적 상호작용론 간의 한계를 지적하며, 부르디외는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권력관계를 반영하고 구현하는 사회적 실천이라고 보았다.
언어 형식주의는 언어가 형성되고 사용되는 사회적, 정치적 조건을 무시하지만, 사회학적 상호작용론은 아무리 하찮고 개인적인 것으로 보인다 할지라도 모든 언어적 교환에는 사회구조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상징적 실천은 결코 폭력으로 인식되지 않고 그 메커니즘이 밝혀짐으로써만 인식될 수 있는 "점잖고 비가시적인 형태의 폭력"으로 행사된다.
부르디외는 언어 스타일과 사물이 부여되는 방식, 그리고 그로써 얻어지는 이윤에 주목한 반면, 언어의 내용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언어적 의사소통의 합리적 특징들을 쉽게 포기해버렸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부르디외의 언어와 권력에 대한 이해는 언어를 자율적인 기호체계로 보는 관점을 거부하고, 언어가 권력관계를 반영하고 구현하는 사회적 실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권력의 상징이며, 이를 통해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재생산된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1.3. 정당한 언어의 재생산
정당한 언어의 재생산은 소쉬르(Saussure)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소쉬르는 랑그(Langue)와 그 사회적 생산조건을 분리시키고 재생산과 현실적인 사용을 분리시켰다. 이후 언어학자들은 랑그의 내적 구조연구에 몰두해 왔으며, 그러한 언구속에서 랑그는 자율적이고 동질적인 대상으로 취급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촘스키(Chomsky)의 이론적 정향 역시 소쉬르와 별 차이가 없다.
촘스키는 용어를 바꾸어서 "랑그"와 "빠롤(Parole)"대신에 "언어능력(competence)"과 "언어수행(performance)"에 대해 말하지만 관념화된 언어능력이라는 개념에 몰두함으로써 사회적 - 정치적 조건이라는 문제를 뒤전으로 밀어버린다. 특수한 언어능력이 정당한 것으로 구성되고, 특정행위자에 의해 습득되어 다른 이들에게 강제되며, 지배적인 언어형식으로서 재생산되는 것은 사회적 - 정치적 조건속에서이다.
부르디외는 공식언어를 사용할 수 없는 화자들이 자신들의 상실상황에 대해 협력하며, 그들 자신들의 언어적 산물들과 다은 이들의 것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준을 선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식없는 인식"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공식언어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공식적인" 경우에서 침묵을 강요당하고 그들 스스로도 침묵한다는 점이다. 즉, 정당산 표현수단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은 말하지 못하고 단지 듣기만 할 따름이다.
이처럼 정당한 언어의 재생산 과정은 소쉬르의 랑그와 빠롤 구분에서 시작되어, 촘스키의 언어능력과 언어수행 개념으로 발전하였고, 부르디외에 의해 지배적 언어형식의 재생산 메커니즘이 규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사회적 - 정치적 조건 속에서 특정 언어능력이 정당한 것으로 구성되고 그것이 강제되며 재생산되는 과정이 정당한 언어의 재생산이라고 할 수 있다.
1.4. 권력과 수행적 발화
촘스키(Chomsky)는 "언어능력"이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들을 자유롭게 연결시킬 수 있는 이상적 화자의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부르디외는 "언어능력"이라는 개념은, 그것이 특수한 상황 속에서 표현을 선택하는 능력, 즉 적절한 문장들을 생산하는 능력과 관련되지 않는다면, 매우 추상적이라고 주장한다. 화자는 언어능력만 따로 습득할 수는 없으며, 문법의 완벽한 습득을 통해서 다양한 가능성들을 동원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