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근대 이후의 근대, 혹은 포스트모던
1.1. 문화적 복제, 복제의 문화
현대 문화를 특징짓는 많은 현상 중 '복제'는 가장 대표적인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일상생활 속 복제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복제된 것이 다시 복제되는 "복제의 문화"가 진행되고 있다.
보드리야르는 이러한 일반화된 복제 현상을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렀는데, 전쟁의 모습이 TV 중계를 통해 마치 게임과 같이 보이거나, 미사일 조작이 실제와 다름없이 컴퓨터 화면에 구현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는 실재와 시뮬레이션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시뮬레이션이 오히려 더 실재적으로 느껴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벤야민은 사진기술의 발명을 복제기술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보았다. 무대에서 직접 보여주던 예술이 사진과 영화로 대체되면서 편집이라는 기술을 통해 원본과 진실이 소멸되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복제가 아닌 새로운 변형과 창조의 계기가 되었다.
근대에는 과학의 '투명한 진정성'을 추구하면서 기술적 복제가 문화적 복제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를 '탈근대적 문화'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 지칭하는데, 이는 근대적 문화가 단절과 변형 속으로 들어가면서 '근대'라는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복제로 인한 진정성의 소멸에 대한 위험과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
1.2.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근대 이후의 문화적, 사회적 현상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포스트(post)'는 '이후'를 의미하며, '모더니즘(modernism)'은 근대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성 이후의 시대적 특성을 나타내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개념은 1960~70년대 미국의 예술 관련 분야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 시기에 모더니즘 건축이나 문학에 반대되는 새로운 양상이 등장하면서 이를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모더니즘 건축이 신고전주의 양식을 거부하고 기능주의, 유토피아주의, 합리주의, 통일성을 추구했다면,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은 과거와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다양성과 차이를 추구했다.
문학에서도 모더니즘의 난해한 지성주의에 대한 반발로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했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은 비전, 환각, 무의식적 이드를 중시하며 유미주의적 경향을 보였다. 또한 탐정소설, 공상과학소설 등 저급한 장르와 고급문학을 혼합하는 혼성모방 기법을 사용했다.
철학적 포스트모더니즘은 1960년대 프랑스에서 본격화되었으며,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로 분류된다. 이들은 근대 철학의 근간이 된 '주체', '진리', '총체성'의 개념을 비판했다. 리오타르와 보드리야르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철학적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이들은 근대적 사유방식과 삶의 방식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요컨대,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성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성격을 지니며, 다양성, 차이, 해체, 시뮬레이션 등의 특징을 보인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적 질서와 규범에 대한 저항이자, 새로운 문화적·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1.3. 포스트모던 문화
현대 사회는 생산의 자동화, 정보화, 전 지구화, 새로운 주권 권력의 탄생, 새로운 저항주체의 탄생 등 탈근대적 모습이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진다. 또한 근대 사회에서 강조되던 '생산'과는 다른 차원의 '소비'가 부상되고 '복제의 문화'가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난다.
첫째, 문화로서의 소비는 상품의 가치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넘어 의미를 낳는 기호적 가치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를 통해 사람들은 기호화된 상품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수용하고 소비되는 다른 상품을 보고 그 의미를 받아들인다. 소비의 사회와 상품의 기호화는 근대(modern)사회와 다른 현대 사회의 특징을 보여주는 초상화라고 할 수 있다. 생산이 지배하던 근대 사회에서 소비가 지배하는 사회로, 상품 사용가치에서 기호적 가치로 전환되었다.
둘째, 시뮬레이션은 다른 스펙터클로부터 복제하는 복제를 통해 원본보다도 더 훌륭하고 생생하고 실재적인 스펙터클 '과잉실재'를 만들어낸다. 전통적 복제는 무언가 재현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나 시뮬레이션이 만들어내는 과잉실재는 원본이 없으며 시뮬레이션된 모델을 실재에 맞추려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기호와 근본적인 단절을 이룬다. 보드리야르는 시뮬레이션과 과잉실재가 포스트모던한 사회의 특징을 이룬다고 본다.
이처럼 포스트모던 문화는 생산에서 소비로, 실재에서 시뮬라크르로의 전환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며, 근대와는 다른 양상의 문화와 사회가 펼쳐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1.4. 포스트모더니즘과 예술
포스트모더니즘은 예술 분야에서도 근대 예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함께 새로운 경향을 보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예술적 특징으로는 혼성모방(패스티쉬), 저속한 물건의 활용, 과거의 것을 차용하고 재맥락화하는 것, 전위주의에 반대되는 평이함, 그리고 '저자'의 개념에 대한 도전 등을 들 수 있다.
근대 미술은 화가들에게 정확성과 재현성이 중요한 요소였다. 르네상스 기의 투시법은 대상의 크기와 거리를 정확하게 표현했고, 미술은 대상을 정확히 재현하는 것을 지고의 덕목으로 여겼다. 문학에서도 리얼리즘은 세계의 진실을 재현하는 것을 핵심으로 했다. 이처럼 근대 예술에서 재현과 진리는 중요한 가치였다.
그러나 인상주의와 더불어 형태적 정확성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피카소, 마티스 등의 화가들은 재현적 그림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더 이상 외형만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숭고함', '장대함' 등 보이지 않는 것을 재현하고자 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숭고의 개념을 거부하고, 대신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을 사용한다.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숭고의 개념을 거부하고 숭고함 대신 일상의 평범함을 내세운다고 말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은 내면의 '빛'이나 '본질'을 표현하려 하지 않고, 대신 일상적인 것을 작품에 가져온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저자'의 개념에 대해 비판적이다. 구조주의, 해체주의, 푸코의 계보학적 비판 등을 통해 작품에서 작가의 메시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작품 내적 구조, 텍스트 자체의 의미,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는 의미 생산 등이 중요해졌다.
이처럼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은 근대 예술의 재현, 숭고, 저자 등의 개념을 거부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혼성모방, 저속한 물건의 활용, 과거의 차용과 재맥락화, 평이함, 저자 개념의 도전 등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주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1.5. 포스트모더니즘과 정치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은 기존의 정치 이론들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전개했다. 그들은 근대 정치 이론의 핵심 개념들, 즉 '주체', '진리', '총체성'의 개념을 비판하고 거부했다.
먼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근대적인 자아 개념을 거부한다. 그들은 개인의 자아가 고정되고 통일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담론들에 의해 구성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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