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조현병의 개요
1.1. 정의 및 용어의 유래
조현병(schizophrenia)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인 Schizo(분열)와 Phren(마음)의 합성어이다. 조현이란 "거문고의 줄을 고르다."라는 의미로, 정신이 분열되어 치료 불가능한 불치병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현악기의 줄을 잘 조율하면 다시 좋은 소리를 내듯이 느슨해진 뇌신경망을 치료를 통해 잘 조율하여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조현병은 우선 병적의 사회적 · 성적 · 직업적 기능이 양호하며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원이 있고 급성으로 발병했을 때 예후가 좋다. 또한 대상자의 지지체계가 충분한 경우 예후가 좋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반면, 대상자의 병전 사회기능이 좋지 않고 증상이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뚜렷한 촉진요인이 없는 경우는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1.2. 주요 증상
1.2.1. 양성 증상
조현병의 양성 증상은 정상적인 경험이나 기능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증상을 의미한다. 양성 증상에는 와해 차원과 정신증적 차원이 포함되는데, 와해 차원에는 와해된 언어, 기이한 행동, 부적절한 정동 등이 해당되고, 정신증적 차원에는 망상과 환각이 포함된다.
와해 차원의 가장 큰 특징은 사고장애인 와해된 언어이다. 조현병 환자들의 언어는 기이하고 와해되어 복잡한 사고를 처리할 수 없고 문맥이 맞지 않는 표현을 한다. 또한 보속증, 음송증, 신어조작증, 반향언어, 사고단절 등 다양한 형태의 사고장애가 나타난다. 와해된 행동에는 기이한 자세나 상동증, 기행증 등이 포함되며, 부적절한 정동은 뚜렷한 이유 없이 웃거나 울어서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유대를 어렵게 한다.
정신증적 차원에는 망상과 환각이 포함된다. 망상은 확고한 신념으로, 모순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조현병 환자의 75% 이상이 경험하는데, 편집, 과대, 신체, 종교, 허무, 관계 등 다양한 내용의 망상이 나타난다. 환각은 주로 환청이 가장 흔하며, 환시, 환미, 환촉, 환후 등으로 나타난다. 환청의 내용은 주로 불쾌하고 공격적이어서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조현병의 양성 증상은 현실을 왜곡하고 행동을 와해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신속한 약물 치료를 통해 이러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1.2.2. 음성 증상
음성 증상은 정동의 둔마, 무의욕증, 무언증, 무쾌감증, 무사회증이 해당되며, 이 중 감소된 정서 표현과 무의욕증이 조현병의 대표적인 음성 증상이다.
감소된 정서 표현이란 정서적 표현에 사용되는 얼굴표정, 눈 맞춤, 말의 억양, 정서적 강조를 주는 동작 등이 감소되는 것이다. 무의욕증은 목적의식이 있는 자발적인 활동이 감소하는 것이다. 무언증은 언어표현이 감소하는 것이며, 무쾌감증은 긍정적 자극에 대해 즐거움을 갖지 못하거나 기존에 경험한 즐거운 경험을 회상하는 능력이 감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무사회증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흥미와 활동의 결여를 말하며, 무의욕증과 연관되기도 하나 사회적 상호작용 기회가 제한된 징후일 수도 있다.
대부분 조현병 대상자는 주변환경에 관심 없이 자신의 내면세계에 몰입하거나 현실세계에서 위축되어 지낸다. 이들은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나오지 않거나 잠을 자면서 어떤 목적 있고 생산적인 행동을 할 의지나 의욕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1.3. 원인
1.3.1. 생물학적 요인
조현병의 원인에 대한 생물학적 요인은 다음과 같다.
유전적 요인은 조현병의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유전관련 연구는 직계가족 내에서 조현병의 유전성 여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먼 친척까지 확대하여 연구하였다. 쌍생아 연구 결과 일란성 쌍생아에서의 발생 빈도(40~50%)가 이란성 쌍생아에서의 발생 빈도(9~15%)보다 4배 더 높았다. 한쪽 부모가 조현병인 경우 자녀의 조현병 발병률은 15%이고, 부모 모두 조현병일 경우 자녀의 조현병 발병률이 35%로 증가되었다.
신경화학적 요인 또한 조현병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을 이용한 연구 결과 조현병 대상자의 전두엽 대사와 기저신경절의 활동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병리연구에서는 조현병과 반측성 뇌기능장애의 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 좌반구의 기능이 항진되고 측두엽의 기능에 이상이 있어 감각정보처리가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환각은 좌측 측두엽의 당대사가 빨라지는 것과 상관이 있었다. 최근에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포함한 신경화학적 이론이 가장 두드러진다. 도파민 과다로 이해되는 두 가지 이유는 첫째, 암페타민과 레보도파와 같이 도파민 시스템에서 활동이 증가하는 약물들이 조현병에서 볼 수 있는 편집증적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다. 둘째, 시냅스 후 도파민 수용체 차단제가 정신증적 증상을 감소시켰으며, 약물의 도파민 수용체 차단 효과가 클수록 조현병의 증상을 감소시키는 데 큰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세로토닌 이론에서는 세로토닌이 도파민의 과잉분비를 조절한다고 주장한다.
신경해부학적 요인도 조현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조현병 대상자에서 컴퓨터단층촬영술(CT)과 자기공명영상(MRI)에서 측뇌실과 제3뇌실의 확대, 대뇌피질의 위축, 전두엽과 측두엽의 위축과 같은 구조적 이상이 나타난다. 조현병 대상자는 정상인보다 뇌조직이 얇고 뇌척수액이 적은 것이 발견되었고,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을 이용해 전두피질에 당대사와 산소가 줄어드는 것이 발견되었다. 최근에 조현병 대상자들은 측두엽과 해마 가까이 위치한 시상이 보통 사람보다 더 작았으며 활동이 감소된 것이 발견되었다. 양성 증상은 측두엽과 관련이 있고, 음성 증상은 전두엽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면역학적 요인도 조현병 발병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 사이의 화학 전달물질로 염증과 면역반응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며, 특히 신체적 ·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항상성을 유지하고 행동과 신경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뇌의 신호를 전달한다. 사이토카인은 조현병과 같은 주요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데 일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2. 정신사회적 요인
정신사회적 요인은 조현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개인의 취약성과 스트레스원이 상호작용하여 조현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약성 모델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의 취약성이 조현병의 특징이다. 빈곤, 주요 생활 스트레스, 물질남용, 대인관계 문제 등이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조기에 발병하는 조현병의 경우 생활사건과 더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중요한 생활사건으로는 임신, 결혼, 이혼, 사별 등 개인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건이 포함된다.
대인관계 요인 또한 조현병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제기되어왔다. 설리번은 조현병이 초기 대인관계, 특히 모자관계의 이상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았다. 조현병 가족관계의 가설로는 결혼편중과 결혼분파가 대표적이다. 결혼편중은 부부 사이 권력다툼이 있어 한 편이 지배적인 경우이며, 결혼분파는 부모 사이가 멀고 각기 반대성의 자녀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경우이다. 어느 경우든 약한 쪽 배우자가 이성의 자식을 편애하고 동성의 자식을 증오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베이트슨은 조현병적 역기능의 핵심으로 이중구속 의사소통을 들었다. 이는 순종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아동이 부모로부터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아동은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며 사고, 정서, 판단력 등의 장애를 겪게 된다.
이처럼 취약성 모델과 대인관계 요인은 조현병 발병의 주요 정신사회적 원인으로 밝혀져 왔다. 개인의 스트레스 대처능력과 건강한 대인관계 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