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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두증
1.1. 수두증의 정의와 병태생리
뇌에는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이라는 맑은 체액이 뇌의 안과 밖을 채운 채 순환하고 있다. 뇌의 안쪽에는 뇌실(ventricles)이라는 작은 빈 공간들이 있으며 이 곳에 있는 맥락총 혈관(choroids plexus vessels)에서 뇌척수액이 만들어진다. 뇌척수액은 혈액에서 적혈구나 백혈구 세포들이 제거된 혈장과 비슷한 액체이며, 생성된 뇌척수액은 뇌실의 구역을 따라 흘러서 소뇌 주변의 제4뇌실의 출구(basal foramina: foramina of Luschka and Magendie)를 통하여 뇌의 바깥쪽으로 나오게 된다. 뇌척수액은 척수 주변의 지주막하 공간(subarachnoid space)을 순환하고 뇌의 아래쪽 지주막하 공간(basal cisterns)을 지나 대뇌 표면의 지주막하 공간으로 모여 양 대뇌 반구 사이 천정을 지나는 상시상 정맥동(superior sagittal sinus) 안으로 흡수되어 혈액으로 되돌아간다. 뇌척수액은 뇌를 충격으로부터 완충하는 쿠션의 역할을 하고, 두개강 내의 압력을 골고루 분산하는 역할도 하며, 영양분이나 노폐물을 운반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적으로 하루에 약 500ml의 뇌척수액이 만들어져 순환하고 있으며, 뇌와 척수 주변에 존재하는 뇌척수액의 총량은 신생아는 약 50ml, 소아는 약 100ml, 성인은 약 150ml 정도이다.
어떤 원인에 의하여 뇌실 내 맥락총 혈관에서 마지막 상시상 정맥동에 이르는 뇌척수액의 순환로가 일부 막히게 되면 뇌척수액이 두개강이나 척추강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게 된다. 뇌척수액의 축적은 대부분의 경우 뇌압의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로 인한 증상과 뇌 발달의 장애를 일으킨다. 급격한 뇌압 상승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병태생리적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 바로 수두증이다.
1.2. 수두증의 원인
수두증의 원인은 선천성 요인과 후천성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 원인으로는 뇌척수액 순환 통로의 폐쇄가 있다. 선천적인 뇌와 척수의 구조 이상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소아에게 많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로 제4뇌실 내 낭종과 소뇌 발달 이상이 동반되는 댄디-워커 증후군을 들 수 있다.
후천적 원인으로는 뇌출혈, 뇌종양, 중추신경계 감염 등이 있다. 조산아가 뇌실 내 출혈이 있거나, 성인에서 뇌 지주막하 출혈이 있는 경우 수두증의 발생 빈도가 높다. 출혈로 응고된 혈액이 뇌실을 막거나 이 혈괴가 흡수되는 과정에서 지주막에 염증이 발생하여 뇌척수액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뇌수막염과 같은 감염이 있는 경우에도 지주막에 염증과 상처가 생기면서 수두증이 발생하기 쉽다. 또한 뇌종양은 소아와 성인 모두에서 수두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두부 외상 역시 뇌출혈이 따르므로 수두증이 생길 위험이 높다.
1.3. 수두증의 임상증상
천천히 발생하는 수두증은 연령에 따라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2세 이하의 소아는 아직 두개골이 닫혀있지 않으므로 수두증이 진행되면 머리둘레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대천문이 볼록하게 튀어나오고 때로는 아이가 짜증을 많이 내거나 구토를 하는 모습을 보이며 계속 잠만 자는 경우도 있다. 눈이 아래로 처지거나 안쪽으로 모이는 동안신경 마비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좀 더 큰 소아는 두통을 주로 호소하게 되는데, 두통은 날카롭지 않고 지속적이며 특히 아침에 깨었을 때 심하다. 구토를 자주 하거나 졸린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취학 아동의 경우 학교성적이 떨어지고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뇌출혈이나 매우 빨리 자라는 악성 뇌종양에 의한 급성 수두증은 급격한 뇌압 상승을 동반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심한 두통과 구토가 나타나며 의식저하, 팔다리 강직을 보이고 강직성 발작(hydrocephalic fit)을 보이기도 하는 빠른 치료를 요하는 상황이다.
1.4. 수두증의 진단
수두증의 진단은 병력, 임상 증상,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영아기에 영아의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크다면 수두증을 의심할 수 있다. CT는 뇌실과 뇌 실질의 변화 등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검사이다. 뇌실의 확대 모양에 따라 뇌척수액 순환 부위의 막힌 곳을 알 수 있다. MRI는 CT보다 뇌실의 크기나 원인이 될 수 있는 병변에 관하여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MRI를 찍어 보면 확장된 뇌실 주변 뇌 조직의 신호 증강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를 통해 뇌척수액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 대천문이 열려 있는 신생아라면 두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뇌실 확장을 확인할 수 있다.
1.5. 수두증의 치료
1.5.1. 비수술적 치료
비수술적 치료 방법은 없다. 조산아가 뇌실 출혈이 있는 경우, 바로 션트 수술을 하면 실패율이 매우 높으므로 요추 천자나 뇌실 천자로 뇌척수액을 주기적으로 뽑아주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조산아가 수술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성숙할 때까지 임시 방편으로 뇌압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뇌종양에 의하여 수두증이 생긴 경우, 뇌종양을 제거하면 수두증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으나 25~70%의 환자는 수두증이 지속되어 치료를 요하게 된다. 그 외에는 수술적 치료만이 수두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1.5.2. 수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는 비수술적 치료에 비해 수두증의 치료에 더 효과적이다. 수술적 치료에는 내시경적 제3뇌실 조루술과 뇌실-복강 단락술이 있다.
내시경적 제3뇌실 조루술은 내시경을 사용하여 제3뇌실의 바닥을 뚫어 뇌실과 지주막하 공간 사이에 새로운 통로를 만드는 수술이다. 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