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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역사학의 등장
1.1. 정치사에서 사회사로
정치사가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을 정치로 보고 영웅 중심적이며 지배자 중심적인 성격을 지닌다면, 사회사는 이러한 정치사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정치사가 "위로부터의 역사"라면 사회사는 "밑으로부터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사회사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과 아날학파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이들은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계층이 갖는 사회적 성격을 규명하고 평범한 대중들의 일상생활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정치사가 위에서 결정되는 역사라면 사회사는 밑에서 일어나는 역사, 즉 노동자나 여성, 소수 인종집단과 같은 소외된 계층과 평범한 대중들의 일상생활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이처럼 사회사는 정치사의 영웅 중심적이고 지배자 중심적인 성격에 대한 비판에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1.2.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평등이라는 이념에 기반하여 인류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파악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인간의 경험을 토대와 상부구조로 구분하였으며, 물질적 경험인 토대의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역사 속 계급은 이러한 물질적 경험의 차이에 따라 구분되며,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간의 대립 구조가 특징적이다.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역사 현상을 바라보았다. 예를 들어 종교개혁도 신교도와 구교도 사이의 경제적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였다. 즉 마르크스주의는 계급 간 갈등과 그 해소 과정을 역사의 핵심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는데, 계급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계급 개념이 모든 사회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1.3. 아날학파
아날학파는 역사에서 지속력의 면에 있어서 국가의 정치를 앞서는 것은 풍토와 지리라고 보았다"". 즉, 아날학파는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 정치나 전쟁 같은 사건보다는 지리나 기후 같은 장기적인 구조에 주목하였다"". 대표적인 이론가인 페르낭 브로델은 그의 저서 『지중해와 지중해 세계』를 통해 "장기지속으로의 지리, 중기지속으로의 사회, 멸망하는 사건들"을 다루며 역사인식의 혁명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받는다"".
아날학파는 기존의 역사학이 주목했던 정치, 전쟁 등의 사건들을 단순한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들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지리나 기후처럼 깊은 곳에서 흐르며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변하지 않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사회 · 경제사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었고, 기존에 간과되었던 인간생활의 여러 영역이 역사학의 연구 대상으로 편입되었다"". 이제는 왕이나 고관대작, 장군들의 정치와 외교, 전쟁에 관한 서술보다는 대다수 사람들의 일상생활, 즉 그들의 먹고 살고 어떤 방식으로 생활을 영위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1.4. 사회사에 대한 비판과 극복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 - 마르크스주의에서는 계급자체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계급은 계급투쟁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져 온 것이지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계급투쟁의 모델로 역사 전체를 해석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나온다. 마르크스주의 개념의 유용성을 받아들이는 역사가들도 그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