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파친코"에 대한 내용입니다.
목차
1. 소설 『파친코』와 식민주의, 난민
1.1. 또 하나의 난민
1.2. 식민주의와 재일조선인
1.3. 식민화된 삶들
1.4. 인종적 자기혐오
1.5. 장소화와 성원됨
1.6. 재일조선인은 말할 수 있는가?
1.7.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들의 연대
2. 참고 문헌
본문내용
1. 소설 『파친코』와 식민주의, 난민
1.1. 또 하나의 난민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1933년 나치 정권이 집권하자 프랑스의 수용소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아렌트는 나치와 스탈린 정권 등 전체주의 국가의 역사와 사상을 다룬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을 출간한다. 이 책에 수록된 「국민국가의 몰락과 인권의 종말」이라는 글에서 아렌트는 소수민족을 추방하고 그들의 권리를 빼앗는 근대 국민국가(nation-state)를 비판한다. 과거로부터 난민은 종교적, 정치적 이유로 인해 한 국가로부터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집단을 지칭했다. 하지만 근대 민족국가라는 새로운 정치상황의 출현으로 난민의 의미는 재의미화 된다. 국민국가 내부의 국민의 주권만이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모순적 상황에서 국민인 사람만이 인간이 되는 것이다. 아렌트는 20세기의 글로벌한 상황, 즉 국민국가 체제에 편입되지 못한 모든 사람이 난민이 되는 상황에서 과연 인간이 되는 조건이 무엇인지, 어떻게 인간적 조건이 역설적이게도 난민적 조건이 되는지를 숙고한다.
1.2. 식민주의와 재일조선인
1910년 한일 병합으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많은 조선인들이 경제적 기회와 식민지 정권으로부터의 피난처를 찾아 일본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재일 조선인들을 이류 시민으로 취급하며 기본적 인권을 부정하는 등 차별과 편견을 가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식민지 제국을 포기해야 했을 때, 많은 조선인들이 고국으로 송환되었지만 60만 명 정도는 일본에 남게 되었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 의해 일본 국적을 박탈당하고 일방적으로 '국민'에서 퇴출되어, 남쪽도 북쪽도 일본도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재일조선인은 식민과 해방을 거치며 양산된 '난민'이자, 국민국가 내부에 있으면서도 국민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내부의 이방인'들이 되었다.
『파친코』는 이러한 초국적 역사의 맥락에서 재일조선인의 삶을 다룬다. 소설은 1900년대 초 한국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하여 일본에서의 재일조선인의 4대에 걸친 가족사를 그린다. 이를 통해 식민주의가 재일조선인의 삶에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특히 식민지 조선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정치·경제적 억압과 더불어 가부장제의 차별과 장애에 대한 편견 등 여러 겹의 질곡이 가해진 모습을 생생히 그려낸다. 예를 들어 주인공 선자의 경우, 언청이이자 절름발이 아버지로 인해 결혼이 기피되다가 결국 유부남 고한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일본으로 향하게 된다. 이처럼 소설은 재일조선인 여성들이 겪었던 식민지 여성에 대한 복합적인 차별과 폭력을 보여준다.
또한 소설은 재일조선인이 일본 ...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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