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트르 `구토`의 인물분석 - 독학자

소개

샤르트르의 구토 중에 독학자에 대한 인물 분석 입니다.

목차

이 글은 <구토>의 등장인물중 하나인 ‘독학자’에 대한 인물분석을 목표로 한다. ‘분석’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것은 하나의 ‘종합’을 위한 것이고 그 종합을 통해 ‘독학자’라는 인물을 이해해보기 위함이다.

1.독학자의 외양
2. 독학자가 말하는 독학자의 생애
3.독학자, 그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본문내용

1.독학자의 외양
독학자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책 속에 모든 길이 있다’는 식의 확신에 사로잡혀 오로지 도서관에서 알파벳순으로 책을 읽는다. 그렇게 추상의 덫에 사로잡혀 있는 독학자를 구체적 개별성을 지닌 존재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그가 사로잡혀있는 추상의 세계만큼이나 그 또한 하나의 ‘환유’로 읽혀질 수 있는 인물이다. 한 존재의 확인이 될 수 있는 고유명사로서의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채 그저 ‘독학자’로 소개되는 그는, 조금 변형된 형태이긴 하나, 비루한 일상을 되풀이하고 있는 ‘부빌’ 시민을 대변하고 있다. 더구나 독학자라는 그의 자리는 학교라는 근대적 제도의 밖에 놓여진 주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얼짱-몸짱’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그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이자 출발점으로 그의 외양을 궁금해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조금만 꼼꼼하게 읽어보면, 비록 로캉텡의 경멸에 찬 시선을 통해서이긴 해도, 독학자의 전체적인 외양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하게 나열된 정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의 외양을 통해 그가 외부 세계의 타인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있는지, 심지어 그 안에 담겨있는 내면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해보려는 우리의 의도와 맞물리면 조금은 흥미로운 지식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다음의 요소들을 가지고 여러분의 감각을 동원해 머리 속에 이 인물의 그림을 그려보시라. 분석자의 주관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그로테스크하고 우스꽝스럽지만 어딘지 서글픈 인상을 주는, 더는 젊지 않은 사내이다.
-처음이 차지하는 자리가 있다. 처음 건넨 말, 처음 마주친 눈길 같은 것. 그것은 결정적이고 깊은 인상을 남기고, 이후의 만남이나 마주침은 그 인상의 확인이나 보충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독학자는 로캉텡이 쓴 일기의 첫날에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다. (1932. 1.29)
“오늘 아침에 도서관에서 독학자가 나에게 인사를 했을 때, 그를 알아보는데 10초나 걸렸다. 나는 알아볼 수 없는 얼굴, 거의 얼굴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기다란 구더기 같은 손이 내 손 안에 있었다. 나는 곧 그 손을 놓았다.”(p.12)
독학자는 눈에 띄지 않는 인물,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 위해 기억을 떠올리는 일에만도 시간이 걸리는 ‘무화’된 느낌의 인물이다. 쥐고있던 손을 이내 놓아버린 로캉텡의 행동을 보면 그다지 호감을 주는 인물도 아니고, 그의 손이 구더기같다는 지적은 로캉텡의 혐오감을 짐작하게 만든다. 이 구절을 통해 우리는 그와 로캉텡 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교감’이나 ‘사귐’같은 것이 이루어 질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인간적 관계’의 단절, 서로 스쳐갈 뿐 어떤 의미도 지닐 수 없는 현대사회의 인간들이 처한 상황을 요약하고 있다. 애초 ‘결합’을 꿈꾸는 일이 불가능한 존재로 그려지는 인간들이다.

참고자료

· 샤르트르 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