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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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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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저자인 세르반테스는 스페인 역사와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16-17세기에 살았다. 그는 생전에 제국의 영광과 몰락을 함께 맛보았다. 세르반테스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 치하 말기에 태어나, 펠리페 2세 때 외세에 대항하여 레판토 해전에 참가했으며, 펠리페 3세 때는 붕괴한 스페인 사회와 몰락해가는 제국을 목격했다. 스페인 문학의 ‘황금세기’라고 일컬어지는 16 ․ 17세기를 장식한 세르반테스의 삶과 문학은 르네상스의 이상에서 바로크의 환멸로의 이행 과정을 가장 압축적이고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6세기 말 국가적 환멸의 분위기에서 집필을 시작했던 돈키호테는 1605년에 1권, 1615년에 2권이 출간되었다. 돈키호테가 무작정 달려들어 공격한 적이 나중에 풍차였음을 깨닫는 에피소드는 스페인이라는 국가가 겪은 환멸과 현실 세계에서 무참히 깨져버린 환상을 의미하는 적절한 비유였다. 700명이 넘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이 등장하는 돈키호테는 16세기에서 17세기에 걸친 스페인의 문화적 ․ 정신적 시대상을 요약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원래 시골귀족 출신으로, 기사소설을 너무 탐독한 나머지 제정신을 잃고 악을 물리치고 약자를 보호한다는 기사로 활약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다. 그는 과대망상에 부풀어 자신이 사랑하던 시골 처녀를 둘시네아 공주님으로 여기고, 말라빠진 말에게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붙여 녹슨 갑옷과 검을 들고서 기사로 자처한다. 도중에 만난 시골농부 산쵸 판사를 종자 삼아 여러 일을 겪는데, 풍차와의 싸움, 산양치기와의 만남 등등 그 일들은 하나같이 망상과 착각을 통해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결국 수많은 패배와 망신 끝에 고향에 돌아와 제정신을 차리며, 망상의 근원이던 기사소설들을 전부 태워버리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게 된다. 이렇다시피, 돈키호테는 이미 100년 전에 폐지된 기사제도라는 한물간 시대착오적 유습에 집착한 나머지 정신 나간 행동을 거듭하는 희화적인 인물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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