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무정'을 읽고

소개

『무정』은 1917년 매일신보를 통해 연재된 장편소설이다. 이광수 지음, 김철 교주, ‘바로잡은 『무정』’, 문학동네, 2003, 727쪽 박선생의 은혜를 받고 자라 경성학교의 영어교사가 된 ‘리형식’과 집안 몰락으로 온갖 고초를 다 겪다가 기생이 된 ‘박영채’를 중심으로 하는 젊은 남녀의 애정 이야기이다.

다시 읽는 무정에 대한 감상문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이렇듯 무정은 뭐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세속적이고 어떻게 보면 극히 사적인 감정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물들을 묘사함에 있어 결코 본질 자체를 부정하거나 부정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다. 물론 배학감이나 김현수 일당은 시작부터 매우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문학적 장치로 형식의 순수함이나 순진함을 돋보여줄 수 있는 대립적 인물로 의도적으로 악한 인물이 배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비판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형식 역시 ‘배신’했다는 오명을 벗을 수 없고 우션은 처가 있음에도 기생집을 오고 가며, 로파는 돈 때문에 7년간 지켜오던 영채의 순결을 팔아버린다. 그러면서도 이광수는 이 인물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마치 ‘모두 사람인데... 순간 실수할 수도 있고 잘 못 할 수도 있지 그 사람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인물 관찰법 같다. 즉,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람 본연의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다. 대단한 인물도 실수할 수 있고, 그렇지만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기에 죄송한 마음, 뜨끔한 마음,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는 것을 드러내주면서 인물들을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것이 이광수의 ‘무정’의 무한한 매력이자 굉장한 독자 흡입력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읽는 내내 이야기를 하는 서술자에게서 사물에 대한 따뜻함과 속내를 다 안다는 여유, 그렇지만 결코 미워하지 않는 넉넉함이 묻어나온다. 무정은 사실 그런 은근한 정으로 묶여진 일일 드라마였던 것이다.

참고자료

· 이광수 지음, 김철 교주, ‘바로잡은 『무정』’, 문학동네,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