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친애하는 b씨

소개

섬뜩한 공포문학(창작)

목차

없음

본문내용

b는 촉촉한 풀밭에 누워 있었다. 하늘을 덮은 독일 가문비나무로 인해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숲에 그가 누워있는 것이다. 순간 그는 은은한 포도향 오데코롱에 정신이 아찔했다. 그 향의 출처는 자기 옆에 누워있는 여인의 목덜미에서 나는 것이었다. 여인은 b에게 있어서 익숙한 tv광고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정확히 누구인지 짐작은 가지 않았다. 누구인지 확인한다는 일이 불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슈퍼에서 물건을 산 후 받은 십 원짜리 거스름돈의 개수를 확인하는 일처럼 말이다. 그녀는 b에게 등을 보이며 흑발의 긴 머리를 자랑했다. 그녀는 소매 없는 푸른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살결은 백자처럼 희었다. 그녀는 관에 누운 미이라처럼 미동이 없다. 오직 맨살을 드러낸 그녀의 팔의 솜털만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을 뿐. 솜털은 민들레의 홀씨처럼 후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몸을 한 번 뒤척였다. 그 움직임이란 매우 작아서 머리와 팔을 살짝 움직이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로 인해 그녀의 부드러운 흑발이 좀 전의 모양을 약간 흐트렸다. 그녀의 머릿결에서도 포도향이 새어 나왔다. 순식간의 일이라 흡사 벽에 부착된 방향제가 칙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b는 갑자기 미치도록 그녀의 머릿결을 매만지고 싶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칼에 손을 가져갔다. 그녀의 머리에 그의 손이 가 닿자 그의 온 신경과 세포에 만족감이 전해졌다. 그는 그녀의 머리칼을 갓 태어난 아기의 볼을 매만지듯 소중하게 다뤘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녀의 머리칼을 코에 갔다 대고 중독적인 포도향을 흠뻑 맡았다.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엄마 젖을 문 아이처럼. b는 눈을 감고 그녀의 머릿카락을 음미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 b의 미간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b가 고통스런 표정으로 눈을 떴을 땐 여자의 머리칼이 그의 코를 통해 장마비가 하수구로 쏠려가듯 빠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