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 나는 소망한다 (인간의 상처에 관한 고찰)

소개

사람은 어느 순간 세계가 낯설어짐을 경험하게 된다. 자기 집이 낯설고, 아내와 자식이 낯설고, 자신이 낯선 목소리로 말하는 것에 경악할 때가 온다. 내 소유인 줄 알았고, 내 가족인줄 알았고, 나 자신인줄 알았던, 자아의 존재 기반이 허물어지게 된다.
모든 것이 붕괴할 때, 비로소 사람은 이승에서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그토록 소중하고 대단하게 여겼던 것들이 일순간 무의미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그것들을 되돌아 볼 때. 아, 정녕 내가 저것을 위해 살아왔단 말인가 하고 탄식하게 된다.
인생은 이 우주 안에서만 보더라도 거시적인 세계는커녕 미시적인 세계에 눈길 한 번 주지 못하고서, 자기가 자기 세계를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자아라는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에게 속으며 살아가고 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人, 사람 인자.
모든 사람은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는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상처라 생각이 든다. 사람은 약하기 때문에 상처를 받고 그 상처로 인해 아파하게 된다. 그렇게 약하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기에 홀로 서지 않고 함께 기대어 선다. 人자는 그런, 사람과 인간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 주일동안 상처에 대해 드문드문 생각하다 막상 글을 쓰려보니, 人자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기대어 서긴 섰는데 한 사람은 기대어 있고 한 사람은 받치고 있다. 이 사람 人자 안에도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있는가보다. 두 획의 길이로 보건대 세상엔 약한 사람보단 강한 사람이 더 적게 있다는 것도 보여주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약한 사람이 상처를 입는 과정은 쉽게 상상이 간다. 하지만 강한 사람이 상처를 입는 것은 전자보다는 쉬이 상상되질 않는다. 그러나 강자 역시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강자의 상처는 약자의 그것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모든 사람이 약하고 모든 사람이 상처를 입지만, 또한 그 모든 약함과 상처의 이유는 각기 다른 것이다.
일주일 동안 상처를 화두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겐 어떤 상처가 있었을까 ? 그러나 뾰족이, 상처라는 그것 때문에 아직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던가 하는 것은 없었다. 남들보다 상처받을 상황이 없었던 것일까 ? 아니, 그건 아니다. 주위에서 들어보건대 내가 평소 사람 사이에서 흔히 겪는 일들도 다른 사람에겐 크게 상처가 되는 듯하다. 하지만 내겐 한때 지나가는 감기일 뿐이다.
나는 유년기를 강자로 살아왔다. 나보다 강한 자는 웃어른들을 제외하곤 없었다. 유년기를 강자로 살아왔기 때문일까 ? 청소년기를 거치면서도 사람에게 특별히 상처를 받은 기억은 없다. 아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새 극복했겠지... 맷집이라는 게 있지 않던가. 그만한 상처에 고통받을 내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라는 인간의 상처는 조금 다르게 해석되어야겠다. 나도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상처는 타인에게서 받은 상처가 아니었고 다른 사물에 의한 것도 아닌 나 스스로 입혀진 상처였다.

참고자료

· 이 자료는 소설가 임영태 선생님께 사사받을 때 작성한, 내면으로부터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