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붉은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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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매년 5월이면 겨울 내내 알프스를 장식했던 눈들이 서서히 녹기 시작하여 산 곳곳에서 추위를 보내는 알프스의 서글픈 자국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이 자국들을 따라 흐르는 눈물은 산아래 언제부터 생겼는지 알 수 없는 호수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한 겨울의 추위 속에 웅크리고 있던 태양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따사로움을 발하기 시작하고 호수는 숨겨놓은 보석들을 조용히 내놓는다. 하얀 산이 그 옷을 벗으면 숨겨놓은 푸르름이 산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오랜만에 햇살을 맞으려는 가축들은 풀밭위로 그들의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아직은 시린 듯 한참을 주저하던 태양은 산 중턱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한가로움을 만끽한다. 어린 목동들은 겨울 내 따분했던 일상에서 벗어난 기쁨을 이곳저곳에서 뽐내듯이 노래 부른다.
어머니와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도 지금처럼 막 눈이 녹기 시작할 때였다. 원래 오스트리아 빈에서 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의 고향인 이곳 스위스 로잔(lauzanne)으로 왔다. 스위스로 들어와 처음 마주한 험준한 알프스의 장관은 슬픔에 가득 찬 내 마음에 비록 순간적이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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