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 이장호 감독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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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 전이라서 다행이라며 이 영화가 뭘 말하는지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이장호 감독님은 말씀하셨지만 영화는 그 자체로 충분히 전달할 것을 전달해 주었다.
오히려 훨씬 정제된 음악과 수려한 편집으로 여전히 이장호식 현재와 과거, 점프컷들을 쓰는데도 부드럽게 읽혀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 영화의 내용을 말하라면 나 역시 버벅거리며 말을 잘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느낌은 분명히 전달됐다.
이 영화는 꿈 속을 헤매는 것 같은 영화이다. 이제하가 역시 원작을 자동기술로 썼다는 말은 이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휴전선 근처 끊어진 길을 가려하는 나그네들. 꿈 속에서 계속 방황하며 길을 간다. 자신을 옭아매는 과거를 짊어지고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땅을 그리며 눈물 흘리는 할아버지와 아내의 뼈를 등에 멘 김명곤엑 보이는 아내의 얼굴을 한 여자들은 전쟁과 분단 후의 상실감을 가슴 아프게 반복적으로 내보인다. 헤매고 혼란스러워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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