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양란(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있기 전까지 조선시대는 사대부들의 유교이념과 자연을 노래한 시조, 가사문학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에 국토의 황폐화, 당쟁의 심화라는 변화와 더불어 가사문학 또한 많은 변모를 거쳐야 했다. 그 중에서도 주제의식의 변화가 단연 돋보이는데, 왜란 이전엔 강호의 생활을 노래하거나 유교적 실천 윤리를 규범적으로 제시하는 사대부적 면모가 강했다면, 이후엔 현실 개탄과 민중의 고통을 여실히 보여주며 전란 후의 곤궁함마저 토로하는 작품들도 상당수 출현했다.
본고에서 살펴볼 <누항사>의 작자 박인로(1561~1642)가 살았던 시기 역시 전란으로 인해 유교적 이념의 동요가 시작되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그의 가사작품들은 내용, 정서, 사상의 측면에서 유교적 이념의 발로로 이해되는데, <누항사>는 작품의 서술과 그 정서적 지향에 있어 다른 작품들과 다른 면모를 보인다 . 무엇보다 <누항사>는 전기 사대부 가사에서 보이지 않던 구체적 현실에 대한 관심이 작품의 전면에 부각되어 있다. 작품 속에 묘사된 ‘가난’을 박인로 자신의 경험이라고 보든, 아니면 당시 특정 계층의 시각으로 포착한 사회적 현실을 노래한 것이라고 보든, 현실이 이념을 압도하는 시대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면서도 작품의 전반을 흐르는 가난한 현실에 대한 슬픈 정서의 이면에는 여전히 전기 가사에서 보여 주는 유교적 이념에의 지향이 존재하고 있음을 살펴 볼 수 있다. 결국 <누항사>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는 가난이 아니라 ‘가난을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안빈낙도’에 대한 성리학자들의 전통적 견해와 동일하다. 이를 종합해보면 <누항사>는 양란 이후의 변화된 생활의 구체적 묘사와, 유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사대부적 가치가 혼합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누항사>의 작품세계는,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 사회가 처한 경제적 현실, 재지사족(在地士族), 혹은 향반(鄕班) 이라는 용어로 규정되는 박인로의 계층적 성격에 대한 분석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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