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1. 문제 제기 및 연구 목적
외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한국에 자리를 잡게 된 지 수십 여 년이 지났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하나둘씩 국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이주자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 중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계 중국인, 즉 조선족들은 국적이나 사회문화적인 배경은 다르지만 동포라는 점에서 외국인이라는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 특히, 본 연구의 지리적 배경이 되는 원곡동의 경우에는 노동자의 신분이 아닌 노령의 조선족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의 범주로는 이들을 포괄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노령의 조선족들을 포괄하는 범주로서 외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을 총칭하는 의미에서 ‘이주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다만 ‘이주자’란 넓은 의미에서는 타 지역에서 전입한 한국인들까지 포함하게 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주자의 범위를 한국인을 제외한, 외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에 국한하고자 하며, 타 지역에서 전입한 한국인들을 총칭할 경우에는 전입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이외에 본문에 인용되거나 제시된 통계에서 이주자가 아닌 외국인 등의 기타 범주를 사용한 경우에 한해 통계에서 사용된 범주를 그대로 따를 것이다.
들의 숫자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해 왔으며, 2009년 12월을 기준으로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대략 117만 여 명에 이른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2009년 자료). 이는 국내 인구 2009년 12월을 기준으로 국내의 총 주민등록인구는 49,773,145명이다(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참고)
의 약 2.3%에 해당하는 수치로서, 한국 사회가 단일 민족의 사회에서 벗어나 점차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이주자들의 규모가 미미했을 무렵에는 이들이 거주하던 공간들도 주로 공장에 딸린 기숙사 등에 국한되어 있거나 한국인들의 거주지에 섞여 있었다. 즉, 이주자들의 생활 공간은 한국인들의 생활 영역에서 벗어나 있거나 변두리에 위치해 있었고,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파편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이주의 규모가 증대함에 따라서 이주자들의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이주자들과 이들이 밀집된 지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다문화 공간’ ‘다문화 공간(multicultural space)’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우선 “지구ㆍ지방적 차원에서 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문화적 교류 및 혼재와 관련된 사회 공간적 현상들”(최병두, 임석회, 안영진, 박배균, 『지구ㆍ지방화와 다문화 공간』, 푸른길, 2011)로 이해하고, 다음 항에서 자세히 개념화하도록 하겠다.
의 형성이 점차 본격화되었으며, 사회적으로도 주목을 받는 시기에 이르렀다.
국내의 가장 대표적인 이주자 밀집 지역으로는 안산시의 원곡동을 꼽을 수 있다. 원곡동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이주자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대략 만 여명에 이르는 이주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주자 밀집 지역으로서 원곡동의 특성은 인구 비율에서도 나타나는데, 2010년 현재 원곡동 일대의 ‘다문화 특구’에 거주하는 이들 중 등록 외국인의 비율은 전체 거주 인구의 절반이 넘는 62%에 달하고 전체적으로 총 30개 국민이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이주자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한국인 중에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을 외국인의 범주로 포함시킬 경우에는 외국인의 비율이 70%까지 상승하게 된다. (안산외국인주민센터 2010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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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곡동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모여 살던 작은 촌락이었다. 그러나 반월 신공업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마을이 사라지고 공단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주거지역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후, 국내 산업구조의 재편 및 안산 내 신흥 주거단지의 조성으로 인해 한국인들은 공단과 공단의 배후 주거지인 원곡동에서 이탈하게 되었다. 떠나간 한국인들을 대신한 사람들은 이주자들로, 이들은 공단과 배후 주거지의 빈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의 유입으로 인해 원곡동은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 결과, 원곡동은 국내에서 인구학적인 면에서나 기반시설의 면에서나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주자들의 집단 거주지로 성장하게 되었고, 원곡동의 다문화적인 특수성을 주목한 관(官)에서는 원곡동 일대를 ‘다문화 특구’로 조성하게 된다. 이와 함께 박천응 목사가 추진한 ‘국경없는 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원곡동은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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