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결론
<사씨남정기>는 17세기 이후 문벌주의의 심화 및 벌열화의 추세 속에서 가문 창달을 위해 고심하던 당대 사대부들의 고민 - 가문의 장래에 대한 우려와 불안, 그리고 그 해법으로서의 규문의 역할과 자세를 형상화하고 있다. 가문의 운명과 관련하여 작자가 주목하는 것은 규문의 불화와 가장의 혼미라는 가문 내적 위협과 당파적 정쟁과 가장의 유고라는 가문 외적 위협이다. 가문 내적 위협은 가장의 치가 실패로 인한 가문의 내적 붕괴로 가장의 세대교체, 처첩갈등과 규문 불화, 가부장제의 질곡 등이 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가문 외적 위협은 외부에서 강제된 가장의 유고 상황으로 인한 가문의 붕괴로 당대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이와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위협들 중에서 작자가 보다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가장의 혼미와 치가 실패로 인해 가문이 안으로부터 붕괴되는 자멸적 몰락이다. 처첩갈등을 서사의 중심축으로 삼아 가장의 유배라는 외적 요인까지도 규문 불화라는 내적 요인의 파생물로 설정해 둔 데서 이는 잘 드러난다. 작자가 규문의 불화를 이처럼 주목한 것은 축첩이 일반화되어 있던 당대 사대부 가문에서 처첩갈등은 가내 분란을 야기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실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었고, 그것은 단순히 처첩간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부부간의 불화와 가문 전체의 불화를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결국 가장의 혼미와 치가 실패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자는 규문 불화의 뿌리인 축첩제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제도의 모순을 끝까지 문제 삼는 대신 현실적 상황 속에서의 가능한 해법을 찾는 길을 택했고, 이 때문에 규문의 역할과 자세를 특별히 중시하고 있다. 환란의 근본인 축첩제를 그냥 두고 환란 없는 가문을 만드는 데는 규문의 인고와 희생이 기본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덕의 실천이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고, 작자는 긍정적 처ㆍ첩과 부정적 처ㆍ첩의 형상을 대비시켜 바람직한 규문의 자세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가문의 안정과 번영에는 가장의 치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가장의 치가는 규문의 역할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만큼, 가문의 운명은 결국 규문의 역할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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